완전범죄는 없다. 피와 흉기가 난무한 범죄현장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는 형사들의 격언이다.

 수사기법이나 기술이 부족해 수사가 장기화될 수는 있어도 끝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묻어난다.

본보는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나 여전히 풀지 못한 강력사건을 되짚어 보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경찰의 수사 상황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난 2006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주택에서 부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재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사진은 재개발구역의 한 주택에서 바라 본 사건현장.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지난 2006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주택에서 부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재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사진은 재개발구역의 한 주택에서 바라 본 사건현장.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여기 집 주인 부부가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대입 수능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2006년 11월 16일 오전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접수됐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주택 2층 거실에서 집 주인인 김모(당시 56세)와 부인 임모(53·여) 씨가 숨져 있는 것을 1층에 살던 세입자(49)가 발견했다. 이 날 김 씨와 아내 임 씨는 각각 8곳과 37곳의 자상(刺傷)을 입고 무참히 살해됐다.

집 내부에서는 혈흔이 묻은 일회용 우비와 족적(足跡)이 발견됐다. 이들 부부의 패물과 현금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부엌 천장에 감춰 놓은 1억 원이 담긴 적금 통장이 사라졌다. 경찰에서 세입자는 "그날 오전 2시께 주인집에서 큰 소리가 들려 싸움이 벌어진 줄 알고 아침에 안부를 묻고자 갔는데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금품을 노린 범죄가 아닌 얼굴을 알고 있는 범인에 의한 원한 관계로 보고 주변 인물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범인은 우비를 입은 채 이들 부부를 살해하고, 경찰을 비웃듯 피가 뭍은 우비를 현장에 그대로 두고 사라졌다"며 "지문이나 머리카락 등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회고했다.

이상한 점은 금품을 노린 범죄는 각종 패물과 현금을 훔쳐 달아나는 게 일반적인데 비해, 사용하지 못할 적금 통장만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통장은 서랍이 아닌 부부가 별도로 숨겨 놓은 곳에 있었다. 경찰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녀를 비롯한 주변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성립하면서 혐의를 벗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1년여 간 6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집중적인 수사를 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인천경찰청 미제사건팀은 지난 2016년 초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파일러와의 수사 공조로 사건 발생 당시 완벽하지 않았던 퍼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채무나 원한 관계에 대한 원점 수사 및 주변 인물 탐문 등을 진행 중이다. 완전범죄를 자신하는 범인의 뒷덜미를 잡아채겠다는 각오다.

미제사건팀 관계자는 "외부 침입의 흔적도 없을 뿐더러 금품을 가져가거나 훔친 통장에서 돈을 인출한 기록도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사건"이라며 "수사 자료의 재검토와 함께 당시 용의 선상에 올랐던 인물을 상대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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