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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정운 인천논현경찰서 청문감사실 피해자전담 경사
예전에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그들의 어머니였다. 미혼모이고 우울증을 앓고 있던 어머니는 제대로 된 훈육은커녕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잦은 폭행을 일삼았다. 또한 원룸인 거주지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상태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다. 가해자인 어머니는 아이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서적으로도 학대한 것이 분명했기에 당연히 아이들도 어머니와 분리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리되는 순간 이산가족이 따로 없을 정도로 그 현장은 눈물바다였다고 한다.

 경찰관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만 하면 모든 소임을 다 했다고 이전까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접하면서 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 보니 피해자전담경찰관 제도라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됐다.

 2015년 2월 피해자 전담부서가 신설됐고 경찰서에 피해자전담 경찰관이 배치돼 피해자 보호 추진을 하고 있고 범죄 직후 긴급 보호활동, 형사절차 참여 지원,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손실 복구 등 단계별로 경찰의 역할을 정립, 범죄피해자가 신속하게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위 사례와 같은 경우도 어머니의 우울증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연계, 주거지의 쓰레기 수거를 위한 지자체의 협조 요청, 아이들의 심리 상담 치료를 위한 기관 연계 등에 힘써 다시 이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마련해 주는 등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

 범죄피해자의 많은 경우가 이렇듯 범죄 피해만 안고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심리적, 가정적, 질병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지 범죄피해만 지원해 준다고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제 경찰, 지자체, 복지 단체 등이 연계하고 경찰이 종합적으로 관리해 원스톱 통합 솔루션을 줄 수 있어야 하고, 피해자 보호도 공급자에서 실제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돼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지원 받을 수 있게 변해야겠다.

 우리는 헌법에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많이 두고 있다. 헌법 제12조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또는 정식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이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거나 이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동법 제27조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 밖에도 제28조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조항 등이 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미흡하다. 헌법은 27조에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는 규정과 제30조의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라는 조항이 그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가해자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국민에게 피해자전담 경찰관에 대한 적극적 홍보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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