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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문 작곡가
1980년대 유행하던 ‘이탈로 디스코(Italo Disco)’에 대한 그 시절 그 감동을 전해볼까 한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가요보다 팝 음악을 많이 들었다. 어떤 곡을 듣고 레코드 가게에 가 멜로디를 불러 주면 주인이 제목을 찾아내 한 테이프에 앞뒤로 꽉 채워 녹음해 준 것을 듣고 다녔다.

 그 당시에는 ‘2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와 ‘김광한의 팝스다이얼’이 오후 2시부터 경쟁하듯 좋은 노래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었다.

 Boney.M, Baccara, Dooleys, Nolans, Abba 등 무수한 팝계 댄스곡 아티스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절이다. 중학교 수업시간에 몰래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듣던 난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아주 신나는 곡을 만났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그 곡은 바로 ‘데이비드 라임(David Lyme)’의 ‘Bambina’였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Synthesizer) 소리와 일명 ‘황금 코드진행 Am-F-C-G’였다. 전주 부분부터 황홀하게 들려오는 옥타브 베이스(Bass) 음색과 그 당시에 딱 맞는 새로운 전자드럼 소리. 이 곡이 나의 운명을 바꾸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 주 주말에 부산에 있는 레코드 방을 혼자 거의 다 뒤지다시피 했다. 결국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쪽에 있던 레코드 가게에서 찾아냈다. 그 곡이 실려있던 앨범은 데이비드 라임의 ‘Like A Star’였다. 테이프를 보는 순간, "이런 멋진 아티스트가 이런 좋은 음악을 가지고 나온 거구나!" 하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카세트에 넣자마자 흘러나오는 유로벨 소리가 미친 듯이 귀를 자극했다. 앨범 첫 번째 곡이었던 ‘Playboy’였다. 당시 버스를 타고 이곡을 들었는데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과 사물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 곡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현재까지도 좋아하는 곡이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고 몇 주 뒤에는 어디를 가도 ‘David Lyme’의 주옥 같은 곡들이 라디오로 흘러나왔다. 혼자만 아껴 듣고 싶었지만 누구나 ‘밤밤비나 오오워오’를 흥얼거리게 됐다.

 바야흐로 이탈로 디스코가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탈로 디스코는 1980년대 중·후반에 발생한 ‘일렉트로(Electro)’ 댄스음악의 판도를 바꿔놓은 장르다. 옥타브 베이스 기반으로 110bpm 이상 넘는 템포로 듣기 좋고, 춤추기 좋았던 아주 신나는 장르 중의 하나였다. 당시 유행했던 Den Harrow, Fancy, Miko Mission, P. Lion, Ryan Paris, Ken Laszl 등 많은 아티스트의 명곡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1980년대 유로 디스코(Euro Disco)를 비롯해 하이 에너지(Hi-NRG), 하우스 뮤직(House Music) 등 댄스음악의 여러 장르를 결합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발생했다. 이러한 양상이 특히 유럽에 집중돼 유로댄스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따라서 유로댄스를 하이 에너지, 유로 에너지(Euro-NRG), 유로 하우스(Euro House) 등으로 칭하기도 한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롤라장 댄스, 닭장 댄스라는 별칭이 붙은 장르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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