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독서
전성원 / 뜨란 / 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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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책을 읽고, 책을 만들고, 책을 쓰고, 책에 대해 강의하며 살아가는 독서인간 전성원.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며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개인 홈페이지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사람으로 본 20세기 문화예술사’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바람구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서평가로 먼저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가 그동안 써온 500편 이상의 서평들 가운데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 성찰이 담긴 글들을 골라 새롭게 고쳐 묶은 ‘인생 서평집’을 내놨다. 여기에는 ‘개인사적 절망과 사회사적 절망이라는 두 겹의 절망’을 짊어진 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나의 삶은 ‘길 위의 인생(Life on the road)’이라 여긴다. 떠돌이에서 길손, 구도자에서 행려에 이르기까지 나는 길과 관련된 모든 단어를 사랑한다. 비록 돌아가고픈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길 위에서 태어나 자라고 스쳐가는 모든 삶의 도반(道伴)들에게 배우고자 한다. 도처(到處)가 도처(道處)인 세상의 모든 길 위의 인생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이곳에 실린 글들은 모두 그 길 위에서 쓴 것이다." -서문 中

 전성원의 서평은 쉽게 쓰인 글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이며, 한 권의 책이 온몸을 관통하며 내면에서 변환하는 과정을 담은 힘겨운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많이 아팠고, 자주 흔들렸고, 괴로워했다. 다 지나간 옛일을 도로 들춰 햇빛 아래 널어놓고 대면하는 작업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성원은 여기에 실린 글들을 ‘반추’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소가 한 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 씹는 것이다.

 덕분에 독자는 그의 서평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연대하고, 사랑하고, 감동한다. 책장을 덮은 뒤에는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처럼 읽기 역시 아무도 대신 읽어줄 수 없는 고유한 자기만의 노동임을 자각한다. 그런 노동의 과정을 거친 뒤에 쓰여 지는 독후감이야말로 읽은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서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성원의 삶을 관통하며, 그 안에서 공명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 ‘길 위의 독서’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그의 마음을 데우고,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완벽한 아내 만들기
웬디 무어 / 글항아리 / 2만1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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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 만들기’는 신붓감을 고르고 고르다가 마땅치 않자 소녀 둘을 입양해 자기 취향에 맞게 키운 한 남자를 치밀하게 추적해가는 논픽션이다. 때는 계몽주의가 싹튼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 남자가 소녀들을 입양했던 고아원은 지금도 건재하며, 2013년 이 책을 펴낸 작가는 고아원의 서류를 뒤쫓는 데서 집필 작업을 시작했다.

 이 책 저변에 흐르는 감정은 ‘여성 혐오’다. 남성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외모를 가꿀 줄만 알지 검소함의 미덕은 알지 못한다는 게 주인공 남자가 여성에 대해 가진 생각이었다. 자유와 인권에 대한 진보적 사고방식이 출현하던 시기이고, 주인공 역시 사회 사상적 측면에서는 진보적 행보를 보이지만, 여성관만큼은 18세기 규범에 비춰 봐도 어이없을 정도로 낡았었다.

 ‘완벽한 아내 만들기’는 여성 혐오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역사서이면서 동시에 계몽주주의 시행착오, 뼈저린 실패담을 밝힘으로서 진보 사상의 낭비를 들춰내며, 관념적 사상이 현실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
제사 크리스핀 / 창비 /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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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트케이스에 삶을 욱여넣고,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들을 지도 삼아 패기 있게 떠난 여자가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 제사 크리스핀, 그녀의 재기 넘치는 책 ‘죽은 숙녀들의 사회(원제 The Dead Ladies Project)’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서평가인 크리스핀은 서른 살에 자신의 인생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유럽으로 떠난다. ‘천재’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만 불렸던 노라 바너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작가 진 리스, ‘위대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한 혁명가 모드 곤 등 세상에 맞서 탈주하고 방랑한 여성들과, 스스로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남성성’과 싸워야 했던 남성들. 크리스핀은 이들을 ‘죽은 숙녀들’이라 일컫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고, 어떻게 어둠 속에서 헤어 나왔는지를 탐구한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고독하지만 위대한 저항을 해낸 숙녀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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