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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인천시 남동구 남동고가교 인근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재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사진은 사건현장인 도로 일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저게 뭐지?"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던 지난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남동 나들목 인근 고가교 밑에 차를 세운 택시기사 김모(당시 41세)씨는 용변을 보기 위해 급히 뛰어가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시신을 발견했다. 급파된 수사관들의 현장조사 결과 시신은 개인택시기사인 이모(당시 43세)씨로 확인됐다. 당시 이 씨는 손목에 끈이 묶여 있었다. 가슴과 복부에 흉기로 10여 차례 찔려 있었다. 이 씨의 택시는 사건 발생 후 약 1시간 후인 오전 4시께 남구 관교중학교 인근 골목에서 뒷좌석이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숨진 이 씨의 지갑은 물론 거스름돈으로 쓰인 동전도 모두 사라졌다.

사건을 담당했던 한 수사관은 "피해자의 지갑과 차량 내부에 있던 동전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미뤄 택시 강도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운전석 좌측 구석에 놓여있던 지폐는 범인들이 보지 못하고 달아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담당 경찰서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수사 전담 인력을 편성해 집중 수사를 벌이는 한편, 인천경찰청 과학수사팀은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혈흔과 이 씨의 손목을 묶은 끈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또 택시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승객들의 DNA를 확보해 대조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승객들의 알리바이가 입증되고 결정적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비슷한 택시 강도 사건들을 전국 단위로 수집해 수사했지만 끝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이 씨가 살해당한 곳은 인적이 매우 드문 우범지역이었다"며 "사건 당일 비가 많이 와 증거 수집이 어려웠고, 주변에 폐쇄회로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이 이 씨를 살해하고 택시를 불태운 것은 증거 인멸을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는 인천경찰청 미제사건팀은 그동안 수집된 수사 기록과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원점 수사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증거수집이 쉽지 않지만 과학수사 발전으로 범인들의 정체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제사건팀 관계자는 "수사가 장기화된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며 "증거보존 어려움도 있지만, 유족이나 피해자 지인에게 사건 당시의 진술을 듣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지만, 사건 기록을 중심으로 핵심 증거관계를 발췌하는 등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찰청 프로파일링 담당자는 "최근 DNA 분석 및 영상 분석 기술과 디지털 포렌식 등 다양한 과학 수사 기법이 개발돼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수사의 진척이 예상된다"며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해 유족의 아픔을 달래주고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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