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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북극해가 이번 겨울에 단단하게 얼지 않자 우리나라가 추워졌다고 기상 전문가들이 주장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데, 왜 엉뚱하게 우리가 추운가? 우리나라뿐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었다 하고 눈이 내리지 않는 플로리다의 습지가 얼자 악어가 죽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북극곰들이 먹을 것을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열대지역의 악어가 죽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사람은 괜찮을까?

 재난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클지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몇 센티미터의 눈에도 남도 사람들은 당황한다던데, 태풍 곤파스가 내습한 2010년 9월 인천이 그랬다. 해마다 서너 차례의 태풍이 지나가는 부산시민들은 사전에 아파트 베란다의 커다란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 파손은 물론이고 유리파편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데, 태풍이 잦지 않은 인천은 속수무책이었다. 추석을 앞둔 인천의 유리와 섀시 업자들은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인천을 관통하는 태풍은 연평균 1회를 미치지 못한다. 정확한 통계는 파악하지 않았지만 대략 5년에서 10년 사이에 한 차례 정도 지나는 듯한데, 지진은 어떨까? 인천 시내의 건물들을 크게 흔든 지진의 기억은 없는데, 백령도 인근은 적지 않았다. 2013년 5월 18일은 진도 4.9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고 여진이 6차례나 이어졌다. 작년 11월 14일 진도 2.7 규모의 지진도 발생했다. 2011년 6월에도 4.1 규모의 지진이 있었으니 지리적으로 백령도와 가까운 인천도 대비할 필요가 있는데, 인천시 당국은 대비하고 있을까? 그런 확신은 시민의 뇌리에 없을 것이다. 아직 상처가 가라앉지 않았는데, 작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은 진도 5.4의 지진으로 지반 여러 곳에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났다. 연약지반에 지진이 발생하면 나타난다는 액상화는 인천과 무관할까? 액상화의 성격을 살펴보면 그리 낙관할 일이 아니다. 갯벌의 거듭된 매립으로 연약 지반이 드넓은 인천에서 액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에 작년 포항과 같은 진도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불과 5년 전 백령도와 비슷한 진도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모래를 담은 양동이에 물을 차오르기 전만큼 붓고 모래를 다지듯 양동이를 흔들어보자. 모래 사이에 물이 순간 솟아오르며 고인다. 그게 액상화라고 전문가는 풀이하는데, 송도신도시의 초고층 빌딩들은 어떻게 세울 수 있었을까? 단단한 암반까지 갯벌을 모조리 파내 건물을 지었다면 안심할 수 있을 텐데, 모든 건물이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암반까지 철근콘크리트 파일들을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웠다는 건데, 그런 파일을 어떻게 박아야 초고층빌딩이 액상화에 견딜 수 있을까? 관련 시뮬레이션이 있을까? 지진의 예고는 다급하다. 태풍과 달리 대비할 여유가 충분하지 못하다.

 2016년 10월 5일 부산을 스친 태풍 차바는 해운대의 호화 초고층 주거공간인 ‘마린시티’를 바닷물로 휩쓸었다. 뜯긴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사이에 바닷물고기가 널브러졌는데, 송도신도시에 그 정도 태풍과 해일이 내습한다면 과연 대비할 수 있을까? 송도신도시는 부산의 마린시티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갯벌이 드넓었다면 태풍에 이은 해일은 해안에 도달하기 전에 완충되겠지만 시방 송도신도시에 갯벌은 전혀 없다. 해일을 완충할 지리적 혜택을 없앴다.

 온실가스를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탐욕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자 겨울철 플로리다에 눈이 내리고 여름철 오키나와 일원의 바다는 뜨거워졌다. 태풍이 더욱 잦고 강해진다는 예고인데, 환태평양에 지진이 심상치 않다. 해일이 커지고 쓰나미가 닥칠 징후로 볼 수 있는데, 송도신도시는 워터프런트 사업 꿈에 젖었다. 해일에 이은 바닷물 내습을 대비한 고육지책과 전혀 관계없는 휘황찬란한 상업시설의 집합이다. 돈벌이 꿈꾸기에 앞서 재난을 대비할 생각은 인천에 없다. 머지않아 지방선거 공약들이 눈부시게 펼쳐질 것이다. 재난의 종류와 규모에 대응하는 시뮬레이션은 이번에 쏟아질 공약들과 여전히 무관할지, 초조하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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