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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경 이안플라워 대표
지난 주말 식료품을 사러 집 주변 편의점에 들렀다. 평소 아르바이트 점원이 일하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편의점 주인이 직접 매대에서 물건 안내와 계산을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주인은 "매출도 변변치 않은 데, 올해부터 최저시급이 7천530원으로 올라 본인보다 아르바이트 점원이 더 받아가는 ‘역전 현상(逆轉現象)’이 벌어졌다"며 "당분간 힘들더라도 혼자 운영하기로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위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지인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올려주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매출은 정체돼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분 만큼 직원들 인건비만 추가로 부담하자니 회사운영에 고충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올해 최저임금은 7천530원으로 지난해의 6천470원보다 16.4%나 인상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폭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특히 한정된 인력으로 하루 하루를 생활하는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껑충 뛰는 동안 임대료도 올랐고, 원자재 가격도 크게 올라 소상공인들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줄줄이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또한 인건비 인상 보전을 위해 제품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결국에는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올해 한 해 적용되는 한시적인 대책이다.

 더욱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이 고용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고용보험이 4대 보험에 연계돼 있는 만큼 3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자들이 정부보조금을 받으려다가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의 상관관계 그리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실을 고려한 좀 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한 명의 CEO와 아르바이트 점원을 비교할 때 CEO는 단순히 아르바이트 점원과 일을 함께 할 뿐만 아니라 CEO로서 경영과 마케팅, 시설유지보수, 재무라는 역할과 기업의 리스크 관리도 혼자서 고민하고 감당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노동비용을 간과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기업인들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 등을 해결해 줄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믿지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정책의 아쉬운 점은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일자리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정년퇴직 후 안정된 소득을 가진 노인들은 높은 임금보다는 저소득이라도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편의점, 아파트 경비, 주차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발전의 기틀인 기업의 성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실질소득의 증가가 어렵다.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기반으로 한 소득정책은 삶의 질 향상보다는 기업가와 소비자 등 경제 주체의 비용 부담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상존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인상하겠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들이 뒷받침되겠지만, 지역별·연령별·직종별로 실태를 파악해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고 이해 당사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이 마련돼 기업 활력의 불씨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밑거름이며 주춧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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