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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1주일 앞둔 지금, 남북한 간에는 예전과 다르게 각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남북단일팀’으로 출전이 확정된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전지훈련을 벌이고 있고,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측의 대표단과 임원진, 예술단과 응원단들이 겨울철 올림픽행사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방문해 활동할 구체적 계획까지 짜놓고 있다. 물론 이런 와중에서도 북측 예술단 단장인 현송월이 방남(訪南) 일정을 돌연 하루 연기했는가 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 내용’을 트집잡아 금강산에서의 예술공연을 돌연 취소하는 등 ‘막가파식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바로 이런 가운데 미국 홉킨스대학의 ‘38노스’라는 연구소에서는 인공위성 사진 판독 결과를 근거로 해 올림픽 개막일을 하루 앞둔 오는 2월 8일, 북한당국이 군창건 70돌을 성대하게 기념하기 위해 대규모 열병식 등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우리 군 소식통 역시 현재 열병식 연습이 한창인 평양의 미림비행장에는 화성-12형과 13형, 15형 등 최첨단 중장거리 미사일과 각종 장비, 그리고 병력 1만5천여 명이 집결해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지난 23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 보도를 통해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종전 4월 25일에서 올해부터 2월 8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김일성이 항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바꿈으로써 조부인 김일성과 부친인 김정일과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도 절대권력 3대 세습자인 김정은이 지난의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은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오는 8일 ‘열병식’ 등 기념행사를 성대하게 치름으로써 우리나라로 향할 수 있는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의 관심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열병식에서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공개한다면, 당연히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평창으로 향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부러운 시선을 평양으로 돌리면서 북한이 비록 경제력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에 뒤져 있지만, 군사력 측면에서는 크게 앞서 있다는 논리를 제공할 것이다. 바로 이런 논리 제공을 통해 북한당국은 북한 내 주요 간부들과 주민들의 북한체제에 대한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와 생각은 그 수가 너무나 천박하고 얕은 오그랑 수에 불과하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지금 독재국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는 실추될 대로 실추돼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는 물론이고 동맹국인 중국조차도 제대로 상대하지 않으려 하는, 그야말로 고립무원한 형편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해 말 유엔 안보리에서 취해진 대북제재결의 2397호를 통해 대북 정제류 공급량이 연간 50만 배럴로 급격하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력 수출품인 석탄이나 철강석, 섬유류 제품의 수출까지도 꽉 막혀 북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 밖에도 해외의 식당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추가 비자길도 막혔으며, 북한의 주요 기관이나 외화벌이 창구, 심지어 외교관들조차 북한으로 하나둘 송환당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외화 사정은 이미 바닥나기 시작했으며, 그 여파로 전국 각지 400여 개의 농민시장이나 장마당에서는 쌀이나 땔감, 원유값 등이 폭등해 주민들의 생활은 ‘제3의 고난의 행군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팽배하고 있을 정도이다. 바로 이런 가운데 북한당국이 실로 모처럼만에 이뤄지고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활성화 움직임에 화답(和答)하기는커녕 ‘군창건 70돌 기념일’을 체제 결속과 대외 선전선동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는 오히려 잃는 것이 훨씬 큰 무모한 불장난’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지금이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가운데 민생문제 해결에 진력하면서 우리와의 교류 협력을 통해 그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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