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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창호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
무술년 2018년 새해 1월 3일 인천문화재단의 강화역사문화센터가 강화도를 떠나 중구 항동의 옛 동인천등기소 건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인천시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강화역사문화센터는 그 명칭을 ‘인천역사문화센터’로 바꾸고, 강화지역·고려사에 한정된 업무 영역도 인천 전반의 지역과 역사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의 시민단체는 물론, 역사문화 관련 전문가들조차 강화역사문화센터의 확대 재편을 바라보는 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인천시는 2017년 2월 문화재청 산하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를 강화에 유치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강화에 본부를 두고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 전체 문화유적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조사를 위해 설립된 문화재청 산하의 지방연구소이다. 따라서 강화역사문화센터와 함께 존치했을 경우 오히려 인천의 역사문화 발전에 더욱 큰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2017년 5월 인천시는 이듬해의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이해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 등 사업비만 무려 3조804억 원에 달하는 5대 분야 20개 세부사업의 ‘강도(江都)의 꿈’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역 여론은 일제히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화재과는 강화역사문화센터의 3년간 로드맵으로 3대 분야 27개 사업을 제시하고, 먼저 2018년도 출연금 12억 원을 출자해 18개 사업부터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강화역사문화센터의 업무영역을 지역으로는 강화에서 인천 전역으로, 시기로는 고려시대에서 선사~근현대로 대폭 확대하고, 명칭도 ‘인천역사문화센터’로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인천 역사문화계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었다. 강화역사문화센터의 업무영역을 인천 전 지역과 전 시기로 확대할 경우, 기존 시사편찬위원회와 시립박물관을 비롯해,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 등의 업무 영역과 중복될 것임은 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2017년 12월 22일 강화역사문화센터는 ‘인천역사문화센터’로 개명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의 ‘업무 중복 방지’와 예산절감을 명분으로 삼았는데 과연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결국 업무 중복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중복을 유발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적지 않은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과장된’ 명분으로 ‘인천역사문화센터’로 새롭게 조직을 확대 개편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시가 인천문화재단 부속기관으로 돼 있는 강화역사문화센터를 콕 집어 출연금을 출자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기본적인 행정절차를 무시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3년간 업무 로드맵의 대부분이 기존 강화역사문화센터의 업무를 계승하고 있는 것인데, 강화에 대규모 신규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 담당주체인 강화역사문화센터를 인천역사문화센터로 개명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할 뿐이다. 이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체성 없는 행정의 표본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시가 ‘인천역사문화센터’로의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뭔가 밝히지 않는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문화재단의 출자금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인천역사문화센터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인천시 문화재과의 태도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인천시는 이제라도 강화역사문화센터의 ‘인천역사문화센터’로의 개편을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 강화역사문화센터 역시 과거 강화 역사문화유산의 학술 연구조사 단체임을 천명한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강화역사지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도 강화에 남아 주민과 소통하는 작업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정 ‘특성화’를 원한다면 그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인천역사문화센터’라는 기관명보다 강화도를 비롯해 도서해양 분야로 그 목적을 전문화하는 것을 권고한다. 인천은 해양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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