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등록된 선수 3천52명. 이 중 362명이 종목에 참여하고 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초등부는 288명, 중등부는 45명, 고등부는 2명, 대학부는 단 한 명도 없다.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의 현재 모습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아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동계스포츠 종목이지만 국내에서는 인기가 저조한 탓에 변변한 실업팀 하나 없다. 국가대표팀이 유일한 여자팀이다.

 이런 사정으로 평창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지만 정작 올림픽이 끝나면 마땅히 돌아갈 소속팀이 없어 당장 선수들은 아르바이트 할 자리를 찾으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대표팀 선수로 발탁돼 선수촌에서 훈련에 참가해도 나오는 돈은 하루 수당 6만 원이 고작이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시조새’로 유명한 이규선(34)이 17년간 대표로 뛰면서 편의점과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 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수원시는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위해 국내 첫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을 발표했다.

 ‘스포츠 메카 도시’를 자부하는 수원시였지만 동계 실업팀은 한 팀도 없어 이를 고민하던 찰나였다. 더욱이 시는 2020년 준공 목표로 관람석 1천600석 규모의 아이스링크장 건립을 추진 중이었다.

 최근 인터뷰한 여자 유소년 대표팀 선수는 실업팀 창단 소식을 반겼다. 그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면서 대학 진학 등 진로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대학팀은 물론 실업팀마저 없어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길을 택할 경우 막다른 인생에 몰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 지 고민했다. 실업팀은 그에게 미래가 걸린 문제다.

 17일간의 올림픽 축제에서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 꾸려진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올림픽을 통해 구현해 내는 가치가 우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로를 걱정하던 여자 유소년 대표팀 선수를 위해서도, 급박한 환경에서 남북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위해서도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실업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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