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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미래(未來)’의 사전적 의미는 ‘올 날이나 때’이다. 어원적으로 살펴보면 ‘미(未)’는 르완다어의 mira (to swallow)에서 유래됐으며, ‘삼키는 것’ 즉 ‘드러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래(來)’는 보리(麥)에서 유래되었는데, 한자 ‘맥(麥)’은 ‘추수하여(來) 갈아서 음식을 만드는(夕) 것’을 의미하며, 한글 ‘보리’는 ‘타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추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보리는 가을에 심어 다음해 봄에 추수하므로, ‘미래’는 아주 먼 시간보다는 ‘곧 다가올 가까운 시간’의 의미를 갖게 된다.

 미래의 의미를 가진 영어는 ‘future’이다. ‘future’는 라틴어 ‘futura (time to come)’, ‘futurus (yet to come)’에서 유래됐으며, 이 단어 또한 르완다어인 ‘ubutaha’에서 유래됐다. 그런데 산스크리트어인 ‘부처(Buddha)’가 바로 ‘ubutaha’에서 유래되었으며, ‘부처’는 ‘깨달은 자’의 의미를 갖지만, 어원적으로는 ‘죽어서 돌아간 자’를 의미해 ‘내세’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정리하면 ‘future’의 의미는 ‘futura (time to come)’인 ‘다가올 시간’이지만, 어원적 의미로는 ‘taha (to go home, be next)’인 도착할 곳을 의미한다.

 ‘미래’와 ‘future’의 단어의 의미처럼 다가올 세상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동양은 농사라는 삶의 패턴을 기반으로 한 계절 또는 일 년을 ‘미래’로 간주한 반면, 서양은 인간의 인생 전부를 기반으로 ‘현생’ 이후의 ‘내세’를 ‘미래’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치열한 삶 가운데에서 ‘미래’를 생각하기에 ‘우려’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별한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봄에 심은 곡식은 당연히 가을에 추수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에서의 ‘미래’는 ‘현생’에서 굴곡과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내세’에는 이 모든 것을 반전할 수 있다는 ‘기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맞이해야 할 미래는 동일하다. 그러나 그 미래에 대해 어떤 사람은 ‘기대’함으로, 어떤 사람은 ‘우려’함으로 맞이한다.

 ‘반 컵의 이미지’. 통상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를 말할 때 사용하는 예화이다. 물이 반 채워진 컵을 보고, 긍정적 사람은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아 있네’라고, 부정적 사람은 ‘물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네’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미래에 대해 기대하세요. 그러나 이러한 식상한 결론을 말하고자 장문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각에는 이분론적인 사고 방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기대와 우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선과 악, 진보와 보수, 자본가와 노동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용자와 고용자 등. 이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았으며,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가 아직까지 살아 있어, 현재에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객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환원주의적 접근은 학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객체를 정확히 이해하며, 전체를 다 이해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객체에 대한 정보를 다 얻었다고 해도, 객체로 이뤄진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이 복잡계에서의 창발현상이다.

 2018년도 ‘위기’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이중적 의미가 내포하고 있다. ‘위험(risk)’의 시점이 가장 큰 ‘기회(chance)’의 순간이다. 내가 미래예측을 하는 이유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도, ‘기대’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점점 더 큰 파도의 영향을 받고 있다. 큰 파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큰 파도로 인해 짧은 시간에 더 멀리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미래의 문제는 큰 파도가 아니라 누가 그 파도를 타고 서핑할 수 있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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