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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강훈 안양동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누구나 2월이 되면 가장 생각나는 행사 중 졸업식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설렘과 정든 학교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아쉬움의 순간으로 범벅되던 그 미묘한 감정을, 나는 이맘때 꽃다발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지금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시작의 축복과 맺음의 아쉬움으로 아름답게 기억돼야 할 졸업 행사가 몇몇 청소년들의 일탈로 얼룩지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날 달걀을 던지고 밀가루를 뒤집어 씌우고, 교복을 찢고 알몸 사진을 촬영하는가 하면 졸업식을 빙자해 후배들에게 돈을 걷는 행동 등 불건전한 행위까지 이어져 졸업식이 사회 문제로 변질되는 사례들이 나타난다. 경찰과 학교, 관련 기관에서는 힘을 합쳐 이러한 몇몇 불건전하고 강압적인 졸업식 문화를 개선할 수 있게끔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경찰은 학교전담 경찰관을 중심으로 학생들과 평소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불건전하고 강압적인 행위나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행위는 범죄임을 명백히 인식시켜 주고 있으며, 졸업식 당일에는 강압적 뒤풀이 근절 활동 및 순찰차를 학교 주변에 배치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또 학교에서도 졸업식을 기존의 딱딱하고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선·후배 그리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 기획해 점차 알차고 의미 있는 졸업식으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건전한 졸업식 문화가 정착돼 예전처럼 각종 범죄행위로 얼룩진 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환경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는 한 문화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변화가 있어야 문화도 살아 숨 쉬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학생들의 졸업식 행태에 반감을 가지고 아이들의 개성을 무시하고 억압하며 옛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열정을 그들의 시각으로 이해하고 보다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우리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졸업식도 모든 학생들에게 축하와 감사, 설렘이 있는 축제의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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