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정국의 핵심 이슈로 다시 부상했지만 개헌의 목적과 본질보다는 개헌 방향을 놓고 대결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어 개헌 추진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기 자당의 개헌 방향의 선명성을 부각함과 동시에 상대 당의 개헌 방향 등을 놓고 비난의 수위를 끌어 올리며 대국민 여론전에 한창이다.

특히 민주당이 개헌과 관련한 당론을 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른바 ‘좌편향성’ 논란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정신과 배치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개헌안의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 촛불혁명을 넣고 각 조항에는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 등을 담겠다는 것이 요체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1일 헌법 4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한다고 언론브리핑을 했다가 불과 네 시간 만에 "대변인 착오에 의해 뜻이 잘못 전달됐다"라고 번복하는 빌미를 제공하면서 좌편향성에 대한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한국당은 "사회주의 체제 변경 시도", "실수를 빙자한 여론 떠보기", "자유민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쿠데타"라고 거칠게 밀어붙이며 쟁점화에 나서면서 여야 간 이념 공방으로 비화된 상황이다.

개정한 지 30년이 넘은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정치권과 국민 다수가 동의하고 공감하고 분위기다. 헌법에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국민의 총의가 담겨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 개헌안을 두고 일각에서 지적하듯 민주당의 당헌과 강령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들에는 유감이고 아쉽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개헌이 논의되고 추진된 바 있었지만 이번만큼 필요성을 공감하고 당위성을 확보 받은 적이 없었다.

또다시 개헌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시급성이 대두된 데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험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따른 것이었다. 그 핵심은 권력 분산에 있다. 여기에는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축으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권력을 나누는 지방분권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주지하고자 한다. 이번 개헌은 핵심과 그 본질에 충실한 개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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