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진정 파워그룹이 있는가?’ 이 같은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려운 게 인천의 현실이다. 이는 인천에 정착해 어젠다를 발굴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지식인층과 전문가 그룹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로 귀결된다.

지난 2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의 대표 모임 인화회의 중심 멤버들은 "모임 내부에서 인천에 필요한 정책을 논의하거나 제안한 적이 있는가"하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200여 명이 활동하는 이 모임의 구성원의 절반은 지역 기업인이다. 이들을 비롯해 지역 대학·금융·공기업·언론 등의 수장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조직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공기업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원들을 만나고 있지만 (정책 제안을 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며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듣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 한 인사는 "아무래도 사업하시는 분이 많다 보니 인천 현안이나 바라는 점을 야기하는 편이다"라며 "(하지만) 조(組)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행정에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 핵심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직임에도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다. 관(官) 주도로 운영되는 이 조직은 지방선거 60일 전인 4~5월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족한 인천 미래정책포럼 역시 역할에 한계가 있다. 총 126명으로 꾸려진 위원회 활동은 시 산하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이 운영하고 시에서 행정·재정 지원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내기 보다는 주로 관에서 제시한 정책에 대한 의견 제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민간에서는 지역의 주요 산업인 항만업을 중심으로 거버넌스가 구성됐다. 인천항발전협의회는 항만과 관련된 100여 개 기업·30개 단체 등 총 130개 기업단체가 활동한다. 의제 발굴은 운영위원회(13명), 회장단·직군별 총회 등에서 이뤄진다. 이 단체는 시·경제청·항만청·항만공사·인천발전연구원 등 6개 기관장이 모인 정책협의회에 속해 있다.

정책협의회는 정기적이지 않고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진행한다. 이들은 2010·2014년 지방선거 때 시장, 중구·연수구 청장 후보들에게 3가지 현안에 대한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고, 올해도 검토 중이다.

2007년 발족한 ‘인천항을 사랑하는 800 모임’에는 인천항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48개 업종 CEO와 전문가·시민단체 등 300명이 참여한다. 이 단체는 연 3회 현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정책 제안보다는 동종업계 내의 정보 공유를 통해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 주 목적이다.

민간 주도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지난해 출범한 인천학회는 내부 조직을 안정화하는 단계다. 현재는 창립 회원 100여 명 중 85%가 지역 대학 관계자다. 향후 기업과 시민단체, 기초단체 등의 참여를 늘리고, 포럼과 연구를 통해 도출한 과제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학회는 올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인천의 주요 과제와 미래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면서 조직 안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 거버넌스 그룹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기존의 모임들이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인천에서는 좋은 사례들이 없었다"며 "민간이 주도해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단체들이 잘 성장해주기를 기대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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