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의 업무 중복 탓에 ‘강화’에서 ‘인천’으로 역사문화센터 명칭을 변경했다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인천시는 지난 4일 열린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문화관광체육국 업무보고에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인천역사문화센터의 중복사업으로 다섯 가지 사업을 예로 들었다.

시는 양 기관이 ▶고려 강도 공간구조 연구 ▶강화 관방유적 조사 ▶팔만대장경 판각지 학술조사 ▶고려 고분 및 왕릉 현황조사 ▶강화 고인돌 현황조사 등의 업무가 중복되기에 인천문화센터로 명칭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측 확인 결과, 시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수도권 지역의 문화유산 학술조사 및 심화연구를 위해 지난해 2월 28일 문을 연 국립기관이다. 이 중에서 연구소에서 강화, 고려에 대한 연구만 담당하는 인원은 2명이 전부다. 올해는 강화에 분포한 고려시대 고분군에 대한 현황조사와 하반기에 고려시대 건물지 유적 발굴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 업무 중복으로 내세웠던 관방유적 조사나 팔만대장경 판각지 학술조사, 고인돌 현황조사 등은 올해 계획에 없다. 추후 여건이 나아진다면 관방유적이든 고인돌이든 확대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중복으로 보일 수 있는 강도(江都) 공간구조 연구나 고분 및 왕릉 현황조사도 세부적으로는 양 기관 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우리는 발굴 등 고고학적인 조사로 연구하는 형태지만 센터는 문헌사적인, 역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기에 방법론적으로는 다르다"며 "궁극적으로는 목표가 같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너무 먼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리와의 업무 중복을 이유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시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의 업무 중복을 이유로 당초 추진하려던 강화 관방유적 조사 등 사업 예산을 축소하면서 연구에 차질이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시의회 안영수 의원은 "인천역사문화센터로의 명칭 변경은 목표가 달라지는 것으로 ‘역사의 후퇴’와 다름 없다"며 "지역사회는 물론, 시의회에 아무런 상의나 설명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해야 할만큼 중요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인천역사문화센터와의 중복 업무를 조정하지 않고 놔둔다는 것은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역사문화센터의 고유 업무가 축소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