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등학교 유휴교실 활용 방안’ 발표와 관련해 경기도내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학교시설 활용 및 관리 개선방안’을 심의 확정함에 따라 도내 초등학교 유휴교실에 병설유치원 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에 대해 도내 교육현장에서는 ‘현장의 요구가 무시된 결정’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의 효과적 확충은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보육시설이 부족하다고 빈교실에 보육시설을 만들자고 하는 발상은 현장을 무시한 저차원적인 발상이다. 유휴교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에 따라 교과교실이나 돌봄교실, 급식실 등 필요한 시설이 늘어날 수 있고, 어린이집보다 유치원 입학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내 유휴교실을 활용해 보육시설을 설치하면 확충에 소요되는 부지 및 건물매입비, 신축에 따른 사업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직원 자녀를 근무지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관리에 따른 책임, 특히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교내 복합시설들의 사용 등 관리감독의 주체가 다른데 따르는 책임 소지를 들어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 교육계에서는 초등학생의 학습권 침해, 학교 책임 부담, 불명확한 유휴공간 선정 방식 등을 이유로 정부의 정책에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교육시설인 유치원도 부족한 마당에 학교 내에 보육시설부터 만들자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다. 초등학교의 공간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병설유치원도 초등학교에 병설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단설 유치원을 설립하고 있는 실정에서 보육시설을 교육기관에 설치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먼저 교육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게 순서다. 보육이 국가의 책임인 것은 분명한 일이나 유치원 공교육화 역시 국가의 책임임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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