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순진한 북한군 병
사, 「킬러들의 수다」의 길눈이 어두워 업종전환한 킬러, 「간첩 리철진」의 단순
무식한 고등학생, 「복수는 나의 것」의 지독하게 불행한 청각장애인, 「묻지마 패
밀리」의 동네 양아치 등등.
98년에 영화에 데뷔한 28살 배우 신하균의 영화 이력을 살펴보면 평범했던 적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든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 그가 출연을 결심한 것도 바로 '캐릭터가 독특해서'.
사실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는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가장 개성이 강한 편이다.
영화 속에서 병구는 세상의 모든 악과 슬픔을 외계인의 지구파괴 음모에 의한 것으
로 믿고 물파스, 때밀이수건 등의 무기로 이들을 물리칠 계획을 짜는 독특하기로 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캐릭터다.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그가 피우는 담배가 그다지 인기를 끌고 있지 않은 도라지라는 사실에서도 나타난다.

이유를 묻자 "글쎄요…어떻게 하다 보니…"라며 특유의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보인다. 신하균은 인터뷰 내내 계속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좋은 미소를 띠었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에도 "말을 잘 못하니까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것이죠"라며 다시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신하균이 올해 출연한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 「서프라이즈」에 「지구를 지켜라」까지 모두 세 편. 여기에 오는 11월 중순 크랭크인하는 영화 「화성에 간 사나이」에 출연할 예정이며 12월에는 장진 연출의 「웰컴 투 동막골」로 연극무대에도 선다.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 배두나와 데이트할 시간도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쩔수 없죠. 그냥 전화 많이 해요"라고 담담하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최근 기자시사회를 연 배두나 주연의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의 반응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도 출연 작품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요…"라며 입을 열었다. "일이라고 생각지 않으니까 그냥 생활이 된 것 같아요. 바쁜것은 괜찮지만 그것보다는 영화 속 인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요."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93학번인 신하균은 고등학교 때 다른 동기들처럼 연극반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한 경험도 없다. 대학을 고르면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연기였고 그래서 시험을 쳤더니 덜컥 붙어버린 것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래도 연기가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아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예민해져서 밤에 잠도 못 잘 정도인데요…"

신하균의 연기력이나 촬영장에서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은 이미 다른 영화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사실. 하지만 부산 해운대 종합촬영소에서 만난 신하균은 `예민해서 밤잠을 못 자는' 사람치고는 살이 쪄 있었다.

"몸무게가 좀 불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신하균은 "찌웠어요. 설정이죠"라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술 때문인가? 감독님하고 밤마다 술을 마시거든요.하루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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