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관공서 민원실은 민원처리를 위해 점심시간에도 운영이 되고 있지만 인천등기소 민원상담실은 운영이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점심시간 인천등기소 민원상담실이 텅 비어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대부분의 관공서 민원실은 민원처리를 위해 점심시간에도 운영이 되고 있지만 인천등기소 민원상담실은 운영이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점심시간 인천등기소 민원상담실이 텅 비어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 남구에 사는 김성아(33·여·가명)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급한 용무로 등기부등본 발급을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 석바위에 위치한 인천지방법원 등기국을 찾았다. 그런데 12시가 되자 갑자기 민원실 불이 꺼졌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점심시간이어서 소등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민원실에는 김 씨 말고도 다수의 민원인들이 업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은행도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등 시민들을 위해 교대로 영업을 하는데, 관공서에서 민원인을 팽개치고 밥을 먹으러 가는 모습을 보니 울화통이 터졌다.

대시민 업무를 소홀히 하는 법원 공무원들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6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법원과 등기국 민원실은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 업무를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시민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관공서 민원실은 교대 근무로 점심시간 중에도 업무를 처리한다. 유독 법원과 법원 산하 등기국 공무원들은 교대근무 없이 점심시간을 챙기고 있다.

법원 민원실은 당직자 1명을, 등기국은 보안담당자 2명을 남겨둔다. 이들은 매우 간단한 서류 접수만 받을 뿐 정상적인 업무 처리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그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타 지역도 대동소이하다. 서울남부 등기국은 아예 보안당직자도 없고, 전라도 광주는 인천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일반 관공서와 달리 처리하는 서류들이 전문적이고 중요도가 높아 담당자를 통해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교대로 식사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한 공무원은 "일반인들이 법원이나 등기국을 방문하면, 서류를 미비하게 준비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등기관이나 담당자가 일일이 확인하고 보정사항을 안내해야 하는데, 그들도 밥은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구에 사는 최미경(48·여)씨는 "법원이 무슨 제조회사도 아니고 시민을 버려두고 밥을 먹으러 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단한 법원 공무원들께서는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관계자는 "민원실의 점심시간 미 운영에 대해 예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다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원이 많으면 교대로 업무를 볼 수 있지만 현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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