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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얼마 전에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쇼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창시자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이야기에서 탄생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레미제라블’ 이후 다시 뮤지컬 영화로 돌아온 휴 잭맨을 비롯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했고 ‘미녀와 야수’ 제작진과 ‘라라랜드’ 작사팀이 합류해 스토리의 완성도와 볼거리, 그리고 풍성한 음악까지 잘 버무려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휴 잭맨의 멋진 연기와 더불어 빼어난 노래 솜씨는 금상첨화였습니다. 영화 자체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든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실재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미화 논란에 시달렸고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장애 차별적’ 내용을 비판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넘의 실제 일생은 결코 칭송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을 향해서 도전하라" 그리고 "우리 모두는 특별하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용기 있는 현직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사실 폭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78.4%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현실적인 불이익을 우려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는 것입니다. 이 현직 검사의 폭로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투’(#MeToo)는 전 세계적으로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고백하는 운동입니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에서 촉발됐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도 당했다"는 의미로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인데, 이 해시태그는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와 미국의 배우이자 가수인 앨리사 밀라노에 의해 대중화됐다고 합니다. 밀라노는 여성들이 트위터 등에 여성혐오, 성폭행 등의 경험을 공개해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의 보편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투(Me too) 운동’이 여성들에서 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성평등 보이스’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성평등에 대한 목소리(voice)를 내다’와 ‘성평등에 앞장서는 남성들(boys)’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공식 출범한 ‘성평등 보이스’는 명지대 김형준 교수를 단장으로 배우 권해효 씨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학계, 문화계 등 각 분야 남성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성평등 보이스는 "성희롱·성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취급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지속된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최근 피해 여성들의 폭로 고발 움직임은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의 시작이며 이 움직임에 남성이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성평등 보이스부터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에 방관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막겠다"며 "남성들도 나서 피해자의 편에 서고 더 이상 성희롱, 성폭력에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성평등 보이스는 앞으로 페이스북 등 SNS와 언론 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성희롱 성폭력 근절 동참 의지와 피해자 지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힐 예정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특별합니다. 그리고 인생이라는 공연의 주인공들입니다. 자신의 삶을 자기 스스로가 좀 더 용기 있게 능동적으로 이끌어가고 때로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애정어린 눈으로 돌아볼 줄 안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해 나가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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