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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지난해 말 한중 관계 개선 방안들이 발표되면서 관광시장에 다시 햇살이 들 것이란 기대가 고조됐었다. 하지만, 크루즈 쪽은 아직까지는 겨울이다. 그래도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시, 관광공사와 함께 한 팀이 되어 계속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도 지난해 인천항만공사는 ‘임시 크루즈부두 조기 개장’, ‘마제스틱 프린세스(Majestic Princess)호 쉽투어’행사, ‘수도권 크루즈활성화 워킹그룹’ 결성, 국내외 세일즈콜, 임직원 대상 수요강좌 등을 개최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로 올해 5월에는 63빌딩보다도 더 큰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가 승객들을 태우고 인천항에서 출발한다. 10만t이 넘는 크루즈 선박으로는 인천항에서 최초 출항이다. 크루즈관광 붐업을 위해 인천시민으로 구성된 60명의 서포터스도 별도로 선발해 태울 계획이다.

 인천시와 시의회 역시 ‘인천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과 크루즈산업위원회 발족을 준비하는 등 크루즈 비즈니스 활성화를 열심히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크루즈 비즈니스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큰 약점이 하나 있다. 자체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크루즈의 속성상 승객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기도 하지만, 크루즈에서 내린 이들이 직접 인천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이는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부가가치와 경제효과를 인천이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크루즈를 더 많이 끌어오면 인천항의 위상을 높이고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승객들이 인천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면, 그들이 돈을 쓸 이유가 없다면, 지역경제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불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콘텐츠를 포함한 관광인프라 확충은 인천 전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가장 크고 중요한 숙제다. 통역사와 대형버스 주차장 부족, 대형마트 등에 밀려 크루즈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게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자 인천시가 전통시장에 대형버스 주차장을 확보하고 주변 교통난 해소에 힘을 쓰기로 했다. 셔틀버스 운영 확대, 임시 크루즈부두 진출입 도로 교통 표지판 확충, 네임카드 발급 등 관광객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인천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하루빨리 관련 조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현재 인천항은 최대 22만5천t급 초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전용부두 건설을 완료한 상태이고, 밀물·썰물 조위차가 매우 큰 자연 조건에 맞춰 크루즈선 높이와 출입구 위치에 따라 움직이면서 여객이 편하게 배를 타고 내릴 이동식 갱웨이시설도 설치를 마쳤다. 올 10월에 지상 2층, 총면적 7천364㎡ 규모의 크루즈 전용터미널이 준공되면 더 많은 승객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터미널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천항만공사와 지역사회의 협력과 노력으로 크루즈관광 활성화 여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크루즈선 입항이 줄게된 힘겨운 시기가 모두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깜깜한 터널 같았던 그 시간은 동시에 활성화를 위한 내실을 다지는 시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앞으로의 협력이 크루즈 관광객으로 지역사회가 붐비고 바빠지는 시기를 어느 정도 앞당길지, 그 정도를 얼만큼 키울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여건이 개선되고 상황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앞서 이야기한 기본 인프라, 콘텐츠 확충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란 점에서 그렇다. 지역사회의 흔들리지 않는 관심과 의지, 지속적인 고민과 지원만이 그걸 가능하게 할 것이다. 크루즈산업은 해양관광과 물류를 양대 축으로 한 인천항의 성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사업 중 하나다. 동북아의 핵심적 물류거점은 물론 해양관광 거점으로도 비상하고자 하는 인천항이 크루즈산업을 통해 그 비전 달성에 다가설 수 있기를, 비전 실현을 통해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시민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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