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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목동병원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평가에서 상급 종합병원 기준을 만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생아 4명이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목동병원은 의료기관 질 평가 외에도 유방암 적정성 평가, 대장암 적정성 평가 등에서도 1등급을 만족시키고 있어 이런 평가 결과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판단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평가는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인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대학도 평가를 통해 질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공과대학, 간호대학 등 단과대학도 평가를 하고 인증을 주는 기관이 있어서 수업을 제공받는 학생의 입장에서 교육의 질 관리를 유지하기 위한 평가를 하고 관리하고 있다.

 대규모의 평가기준을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표준화시킬 수 있었고 평가가 이에 기여를 한 바를 인정하고 있다. 교육기관에서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질을 어느 정도 표준화시킬 수 있었고 평가를 통해 전체 의료기관이나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인증기관에서는 각 관련 기관의 자료를 수집해 비교를 통해 의료 서비스나 교육 서비스를 차등화해 등급화 했다. 이 결과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받거나 교육부에서 지원받을 때 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인증원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대학이나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절대 지켜야 하는 기준이 된다.

 평가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기는 했으나 몇 차례를 진행하면서 평가를 받는 기관 입장에서는 환자나 교육을 위한 업무가 어느 정도나 합리적으로 증가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목동병원이 모든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는데 정작 환자 안전에서 구멍이 생긴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목동병원의 잘 하고 있는 다른 부서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으나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은 목동병원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형사건이 터지기 전에 작은 사건들이 먼저 여러 건 발생하기 때문에 작은 사건이 발생할 때 관리자나 지도자들이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는지가 다음 사건을 발생시키지 않기도 하고 더 큰 사건을 만들게 하기도 한다. 의료기관 평가 인증은 이런 안전사건을 병원에서 해결하는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평가하고 있는데 평가를 준비한 기관은 등급을 받는데 열중하여 받았으나 평가와 환자 안전에 관한 업무는 별개로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평가라면 평가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본다. 평가가 지속적인 업무로 자리 잡으면서 일상적인 업무가 되고 있다. 그런데 평가기준을 충족하고 기록하면서 반복적이고 평가의 목적인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나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의 질 관리는 사라지고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기록하는 일만 남아 버리는, 즉 수단이 남고 목적은 사라지는 현상이 생기게 됐다.

 평가를 하면서 모든 현상이 자료화되고 환자의 안전도 자료화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지속적인 활동보다, 교육의 질 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활동보다 평가 기간 자료를 생산해 평가받는 작업에 몰두한다면 환자나 학생의 안전이나 교육은 그다지 개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의미 없는 자료만 기계적으로 만드는 인간기계에 불과하며 인증원은 이 의미 없는 자료로 해석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며 어느 정도는 의미 없는 자료 생산에 많은 시간을 실제로 소비하고 있다. 평가가 평가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가자료를 생산하는 과정을 줄이면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며 목적이 사라지지 않고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평가가 오로지 평가 등급을 받기 위한 것이 목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가인증원은 근본적인 고민을 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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