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인천시여성운전자회 회원이 운행하는 나눔택시에서 한 시민이 모금함에 선뜻 지폐를 넣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인천시여성운전자회 제공>
▲ 8일 인천시여성운전자회 회원이 운행하는 나눔택시에서 한 시민이 모금함에 선뜻 지폐를 넣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인천시여성운전자회 제공>
인천지역 곳곳을 차로 누비며 시민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눔택시’를 통해 풀뿌리 모금을 몸소 실천하는 ‘인천시여성운전자회’ 회원들이다.

인천시여성운전자회가 처음 나눔택시 운영을 시작한 것은 2011년 12월부터다. 작은 힘을 모아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다. 회원 80여 명은 택시 안에 설치한 작은 모금함을 통해 승객들에게 나눔의 소중함을 알린다. 모금함 옆에는 껌을 놓아두면서 나눔에 동참한 시민들에게 작게나마 감사의 마음도 전한다.

한 해 동안 모금함을 통해 모인 돈은 회원들이 조금씩 모은 성금과 함께 다음해 1월께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된다. 2012년부터 지난 1월까지 6년 간 인천시여성운전자회가 인천 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금액은 2천415만여 원에 달한다.

나눔택시로 지역 곳곳을 다니다 보면 다양한 승객들을 만나게 된다. 모금함을 보고 엄마에게 졸라 고사리 손으로 동전을 넣고 가는 꼬마 승객부터 제법 남은 거스름돈을 흔쾌히 모금함에 넣고 가는 시민도 있다. 가끔은 모금함을 보고 "여기 담긴 돈이 제대로 쓰는 것이 맞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승객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회원들은 직접 저장해 둔 전달식 사진이나 모금 내역 등을 보여주며 마음을 함께 모아줄 것을 독려한다.

임병수 복지부장은 "한 번은 모금함을 보고 ‘어디에 쓰이는 거냐’고 묻는 승객이 있어서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일에 쓰인다고 답했는데, 자신도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다며 1만 원짜리 지폐를 접어 넣어준 적이 있다"며 "꼭 좋은 일에 써달라고 당부하는 모습을 보며 이 일을 하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수년째 나눔택시를 몰고 다니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차량 내 콘솔박스 위에 플라스틱 모금함을 설치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과 사고로 승객들의 불만이 나오면서 종이 모금함으로 바꿨다. 또 예전에는 요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손님이 제법 많아 거스름돈이 생기면 모금함에 넣곤 했지만, 지금은 75% 이상이 카드 결제라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손님도 대부분이다. 최근 기부포비아 등 모금활동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늘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금함을 정리하며 새삼 느끼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이들이 나눔택시 운영을 계속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동전더미 속에서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 스티커를 발견할 때면 모금함에 뭐라도 넣고 싶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난다.

김경자 회장은 "매달 말 모금액을 정리할 때마다 조금 더 많이 모을 걸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면서 "세상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아직은 곳곳에 따뜻함을 지닌 분들이 많은 만큼 더 많은 회원,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