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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2월 '황해문화'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
최영미 시인의 문학계 성폭력 고발의 당사자로 고은 시인이라는 추측이 난무하자 인문학 도시 조성을 위해 고은문학관을 추진하려던 수원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수원시와 고은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 안성시에서 20여 년을 거주한 고은 시인을 위해 장안구 상광교동에 주택을 마련해 줬다.

시는 이곳에 있던 옛 이안과 사택을 리모델링해 고은 시인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역 문화행사에 꾸준히 고은 시인을 초청해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 함양을 기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염태영 시장은 지난해 6월 고은문학관 건립사업 벤치마킹을 위해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독일 쾰른의 콜롬바 박물관과 스위스 발스의 온천단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시는 팔달구 장안동 시유지를 고은문학관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12월 문학계간지인 「황해문학」 겨울호에서 발표한 한 편의 시가 주목을 받으면서 수원시의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다.

최 시인이 발표한 작품은 문학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로, 현재 누리꾼들은 이 시에서 언급되는 ‘En’을 고은 시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문학인들도 가세해 고은 시인의 태도를 지적한데 이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고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수원시는 고은 시인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자칫 고은 시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은문학관 건립에 악영향을 미쳐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고은 시인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에 관한 것으로 시가 별도의 입장을 말하기가 어렵다"며 "고은문학관은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하며 작품을 발표해 온 고은 시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이번 논란과 별개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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