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에 떠내려온 얼음으로 얼어붙은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앞바다 모습.<독자 제공>
▲ 한강에서 떠내려온 얼음으로 얼어붙은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앞바다 모습. <독자 제공>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주민들의 절규가 처절하다. 수일 동안 몰아치던 한파가 주춤해진 8일 오후 영종도 삼목선착장과 북도면 신도선착장에 나온 주민 수십 명은 끝내 발길을 다시 돌려야만 했다.

혹시나 배가 뜰까 기대했지만 오늘도 역시였다.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는 삼목선착장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신도를 아프리카 오지에 가는 것보다 더욱 멀게 만들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다니던 배편은 한파가 몰아치던 요근래 3주 동안 거의 다니지 않거나 하루에 한 번만 운행했다. 육지로 나간 주민들은 코앞에 보이는 집을 두고 다시 찜질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북도면에 있는 주민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도 차례 준비를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북도면은 왕정 시대 중벌을 받는 죄수들의 수용소와 다를 바 없다"며 절망에 빠져 있다. 북도면은 장봉도와 신도, 시도, 모도 등 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신·시·모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어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장봉도 주민들이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신도를 거쳐 삼목선착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신도의 뱃길이 막히면 옴짝달싹 못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한강에서 떠내려 온 얼음이 강화와 김포 사이의 바다로 흘러 들었고, 북도면과 영종도 사이에 얼어붙어 생겨났다. 북도면 앞바다를 점령한 얼음덩어리는 먹고 살기 위해 통장을 털어 마련했던 김 양식장도 초토화시켰다. 특히나 올해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배가 뜨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안개와 높은 파도, 강한 바람도 배를 멈추게 하는 원인이다.

북도면의 섬들은 다른 섬보다 육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

북도면 청소년들은 지난 1999년 학교 통·폐합 이후 영종신도시에 위치한 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1년 중 3개월은 배가 다니지 않아 제대로 된 통학이 어렵다. 또한 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한 상수도가 지근거리까지 연결돼 있지만 바다를 건너지 못해 아직도 짠물을 마시고 있다. 주민들은 관정을 파 지하수를 마시고 있는데, 이제는 맑은 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올해 가뭄도 지난해처럼 육지에서 전해주는 식수로 버텨야 한다. 농업용수도 부족해 가뭄이 심해진 지난 3년 동안은 봄철에 모내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도에서 나고 자란 촌로(村老) 백운용(75)씨는 "밖에 나가서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이곳에서 조상 대대로 사는 사람들인데 어딜 가겠느냐"며 "주민들 생활이 말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차광윤 북도면 총연합회 회장은 "인천뿐만 아니라 서·남해안의 작은 섬들까지도 다리가 건설되고 있는데 유독 북도면에만 미뤄지고 있다"며 "이번 겨울 혹한으로 생활의 불편이 너무 심해 하루 빨리 다리가 놓이기를 주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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