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대 누적 적자와 3조 원대 채무, 유동성 악화와 사업 철수설 등 한국GM에 대한 소식이 심상치 않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수출 급감에서 시작된 듯하다. 2013년 말 GM 본사는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한국GM의 유럽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완성차 수출 기준 2013년 63만 대에서 작년 39만 대로 지속 감소했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인건비는 계속 증가했다. 2013년 7천300만 원이던 평균연봉이 지난해 8천700만 원으로 약 20% 올랐다.

한국GM과 GM 간 적용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 정책도 최악으로 전개됐다. 한국GM이 구매하는 부품은 매우 비싸게 팔았고, 한국GM에서 만든 완성차는 아주 싸게 사갔다. 대개 해외계열사가 이익을 많이 보고 있을 때 이전가격을 조정해서 본사로 이윤을 옮기는 게 정석인데, GM은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GM의 돈을 곶감 빼먹듯 빼갔다. 공정하지 못했다.

 그런 GM이 최근 한국 정부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한국GM에 대한 ‘증자 참여, 대출 재개, 세제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제안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GM의 다음 수순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미 그들은 지난 3년간 유럽·러시아·인도사업 철수와 인도네시아·태국 공장 철수 등 냉철한 면모를 보여왔다.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닥친다면 한국GM 직원 1만6천 명과 3천여 협력업체 종사자 30만 명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지고, 지역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GM이 제시한 자본 증자 및 추가 대출 재개는 당장의 수명만 연장시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하책에 불과할 뿐이다. 근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의 지원은 좀비기업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문제가 됐던 원인들을 되돌아 보며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이러한 내용들을 각서로 체결한 후 증자 논의에 참여하는 게 맞다. 결국 가장 큰 열쇠는 GM 본사에 달려 있다. 한국GM을 동반자로 대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가장 무서운 경쟁자로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동반성장의 기회를 버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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