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로 입안만 헹군 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에 대한 면허취소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행정1단독 이화용 판사는 A씨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22일 오후 9시께 남양주시내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 호흡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9%로 면허취소 수치가 나왔다.

A씨는 1시간 뒤 파출소를 찾아가 "단속 때 정신이 없었다"며 채혈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단속 후 30분 안에 채혈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A씨는 "평소 치주질환 염증 등을 치료하고자 민간요법으로 소주를 입안에 넣고 5∼10분 헹구는데 단속 직전에도 5분 가량 헹궜을 뿐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다시 1시간 30분 가량 실랑이하다 경찰은 결국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혈액 속 알코올농도는 0.010% 미만으로 나왔지만 경찰은 단속 후 2시간 30분 가량 지나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판단,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경찰의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검증실험을 통해 소주로 입을 헹군 뒤 호흡기 측정에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하는 한편,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과 채혈 측정 결과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 후 30∼90분에 최고에 이른 뒤 시간당 0.008∼0.03% 감소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A씨가 술을 마셔 혈중알코올농도가 0.129%였다면 2시간 반이 지난 뒤에는 0.02∼0.075% 감소, 0.109∼0.054%로 측정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판부는 "호흡측정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A씨의 주장처럼 소주 가글로 입안, 특히 보철의 틈에 남았던 알코올이 측정기에 감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수치가 혈액 내 알코올농도라고 볼 수 없어 운전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