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속에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시작된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경기에서 선수들이 점프 중 넘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반복됐다.

12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는 넘어지지 않고 ‘클린’ 연기를 펼치는 선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날 선수들은 세계스키연맹(FIS) 세계랭킹 역순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가장 먼저 나선 사르카 판코초바(체코)부터 루실 르페프르(프랑스), 클라우디아 메들로바(슬로바키아) 모두 바닥에 넘어지거나 점프를 포기해 지켜보는 관중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한 선수들이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그대로 곤두박질치는 일이 계속되자 일부는 경기중에 위험을 피하려고 아예 점프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1차시기에 출전한 25명 넘어지지 않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선수는 5명뿐이었다. 안나 가서(오스트리아) 등 메달 후보까지도 엉덩방아를 찧고 남은 점프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계속됐다.

그 결과 상위권 선수도 안전한 점프를 연기하면서 우승 점수도 직전 대회와 비교해 낮아졌다. 지난 대회에 이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제이미 앤더슨(미국)의 최종 결과는 83.00점으로 전 대회 동메달리스트 점수보다 낮다. 소치올림픽 금·은·동메달리스트의 점수는 각각 95.25점, 92.50점, 87.25점이었다.

영국 BBC는 바람 때문에 ‘혼란’이 펼쳐졌다며 경기가 열리기 어려운 날씨였다는 자사 해설가의 발언을 보도했다. BBC의 스포츠 해설가 에드 리는 "누가 가장 잘 뛰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살아남는지가 중요한 경기였다. 이렇게 바람이 몰아치는 조건에서 경기를 강행했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메달 3개 중 2개를 가져간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크게 다친 선수가 나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는 전날부터 날씨를 이유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겨우 시작됐다. 원래는 전날 예선에서 결선 진출자를 가렸어야 했지만, 예선이 강풍으로 취소됐다. 결국 모든 선수가 2차례씩 뛰는 이 날 경기가 결선이 됐다. 어렵게 치러진 경기마저도 경기장에 강한 바람이 불어온 탓에 1시간 넘게 지연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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