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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중국이라는 급행열차에 올라타려 하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분열증을 겪고 있다"는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논평이 여전히 유효한가?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가 경제적으로 중국과 협력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손잡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결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지 한국과 일본만의 현상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환구시보는 두 나라를 꼭 집어 ‘전략적 분열증’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중국에 대해서 보다 더 가까워지려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심리전을 펼치는 것일까?

 혹자는 중국의 대외적인 방침에서 탐색전을 즐겨 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외교의 사령탑이었던 전 외교부 장관도 "그들은 상대방을 테스트 해보는 데 능하다. 밀당을 즐긴다고 할까. 밀어붙여 반응이 약하면 기정사실화하고 반발하면 뒤로 빠진다"고 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별로 타당한 설명이 아니다. 한중의 최대 이슈인 사드 배치 문제로 빚어진 갈등만 해도 이런 식으로 이해했기에 실패(?)를 맛보지 않았던가.

 여기서 우리는 올림픽을 예를 들어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데 2년 후에는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또 2년 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세계적인 스포츠제전이 연이어질 터. 이는 여러 모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즉, 세계 200여 개국 가운데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가 몇이나 될까. 또한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열 손가락이 안 된다. 그런 동하계올림픽 개최국에 한국·일본·중국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것은 동북아시아에 있어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행사였다는 점이다. 평화 올림픽은 평창만이 아니라 미·소 양대국 시절 서로 보이콧한 경우를 제외하고 항상 평화라는 이름 아래 개최됐다. 또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단일팀 공동 입장을 두고 사람들은 차라리 남과 북이 태극기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한반도 깃발을 들고 나서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대해서는 그동안 우리 대표팀의 선수들이 노력한 바를 갉아먹는 처사라고 떠들어댔다. 심지어는 북한의 연예인(?)이랄 수 있는 현송월의 대접에 대해 ‘일개 대좌 여성을 마치 왕비처럼 대접했다’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왕비 대접을 버스와 기차에 태워 대접했다는 말인가. 이건 저주와 악담에 다름 아니려니와 그동안 남북 단일팀, 한반도기, 공동 입장에 있어 가장 열심이었던 정권이 보수 쪽이었음을 감안하면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환구시보의 논평처럼 ‘전략적 분열증’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내고, 답습하면서 저들에게 보여준 결과이지 우리를 모욕하려고 꾸며낸 것은 결코 아닌 셈이다. 올림픽은 함부로 걷어차서는 안 되는 행사다. 스포츠를 떠나서도 얼마나 많은 정치·경제·문화의 장이었던가. 또 외교의 무대였던가. 한번이라도 북한에 대해, 중국에 대해, 일본에 대해 ‘쿨하게 경쟁’해 보지 못했던 우리 정치권에게 묻고 싶다.

 영화 ‘국가대표2’를 보면 동계아시안게임 아이스하키팀 대결에서 남북은 비기는데 북에서 홀로 자란 동생과 탈북한 남쪽의 언니가 공항에서 만나 오열한다. 영화는 둘이 또 다른 빙판에서 만나 미소 지으며 대결하는 장면으로 끝났고, 이번 평창의 단일팀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쳐댄다. 시대는 달라졌다. 굳이 말하면 통일은 소원이 아니려니와 통일 없는 남북시대가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도 전략적 분열증이 작용하는 건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 때로 외부에서 들여다보면 더 잘 보인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대국에서 하수가 고수의 수를 발견하는 이치다. 환구시보의 삼국 관계 논평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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