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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13일 인천시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에서 근로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한국지엠 ‘군산 공장 완전 폐쇄’가 결정된 13일 부평 공장은 요동쳤다. 당장 생계가 끊긴 군산 공장 2천여 명 직원의 앞날이 부평 공장 근로자들의 눈 앞에 ‘오버랩(Overlap)’됐다.

글로벌 GM이 국내외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한국지엠을 ‘슬림화’하기 위한 이번 조치로 뒷 통수를 맞은 정부와 인천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동조합은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날 오전 군산 공장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5월 31일까지 공장을 완전 폐쇄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3면>
올란도와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 공장의 가동률이 최근 3년간 10%∼20%에 머물면서 재고는 쌓여가고 직원 급여는 평균임금의 80% 수준에서 계속 지급됐기 때문이다.

GM 본사는 군산 공장 폐쇄에 따른 자산상각(5천149억 원)과 인건비(퇴직금·4천65억) 등 구조조정 비용(최대 9천216억여 원)을 특별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반드시 필요한 첫 걸음"이라고 했고, 배리 엥글(Barry Engle) GM 총괄 부사장은 "신차 배정이 결정되는 이달 말까지 한국지엠의 성과 개선을 위한 긴급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댄 암만 GM 사장은 한 발 더 나가 외신을 통해 "한국 정부, 노조와의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몇 주 내에 나머지 공장들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까지 했다.

유럽과 호주, 인도 공장을 같은 방식으로 정리했던 GM 본사는 한국에서의 이번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되면 창원·보령·부평 공장의 완전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랙스와 창원 공장에서 만드는 스파크를 제외하면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지엠 생산 차량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GM은 내다봤다. 완성차 1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 공장에서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52만 대를 판게 전부다. 최근 3년간 누적 적자 2조 원, 본사 차입금은 3조 원에 이른다. 한국지엠이 이달 말 결정되는 ‘CUV’ 신차 생산(최소 20만 대)을 배정받지 못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한국지엠이 이번 신차 배정에서 제외되면 GM 본사는 큰 수익을 내고 있는 남미시장(브라질 공장)을 신 전략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증자를 비롯해 군산 공장 노동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긴박한 상황"이라며 "계획이 틀어 질 경우의 조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전 협의 없는 사측의 일방적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내일 군산에서 확대간부회의를 갖고, 군산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에 맞선 대규모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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