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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조가 19일 열리는 쇼트댄스에서 2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팀이벤트 경기 모습. /연합뉴스
김연아가 피겨 불모지였던 한국을 세계 팬들에 각인시킨 이후에도 아이스댄스 종목은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선수층도 얇아 국내대회에서도 한 팀만이 출전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있던 팀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해체되기 일쑤였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그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택한 민유라와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겜린은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 대회 4위에 올라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을 확보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출전한 양태화-이천군 조에 이어 두 번째다.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는 한국 선수들이 16년 만에 올림픽에서 선보이는 무대다. 이미 팀이벤트(단체전)에서 전초전을 마친 상태라 출격 준비는 완료된 상태다.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올림픽 무대인 만큼 민유라-겜린 조의 목표는 일단 프리 댄스 진출이다. 24개 팀 가운데 쇼트 댄스 성적 상위 20개 팀만 프리에 진출할 수 있다.

민유라-겜린은 쇼트 댄스에서 삼바 리듬의 ‘데스파시토’(Despacito)와 룸바 리듬의 ‘마이 올’(My All), 다시 삼바 리듬의 ‘무헤르 라티나’(Mujer Latina)에 맞춰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팀이벤트에서는 민유라의 상의 후크가 풀어지는 돌발 악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기를 마치며 10개 팀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침착하게 대처하긴 했지만 의상 때문에 동작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개인전 쇼트에서는 ‘돌발상황’ 없는 연기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쇼트 20위 안에 들어 프리 댄스까지 진출하면 ‘아리랑’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두 선수는 코치와 심판들의 만류에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아리랑’을 프리 댄스 음악으로 선택했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문화의 정수인 아리랑을 전 세계인에게 들려주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원곡인 소향의 ‘홀로 아리랑’ 가사 중에 ‘독도’가 언급된 구절이 논란 끝에 삭제되는 우여곡절도 겪었으나 민유라-겜린은 흔들리지 않고 연기에 집중해왔다. 두 선수가 프리 댄스 컷을 통과하면 솔트레이크 대회 24개 팀 중에 24위를 한 양태화-이천군 조에 이은 한국팀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된다.

이번 대회 아이스댄스에서는 올림픽 4개의 메달을 가진 캐나다 ‘아이스댄스 전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 조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도 펼쳐진다.단체전에서 이미 환상의 호흡을 과시한 버추-모이어 조가 메달을 추가하면 피겨 역사상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가진 선수들이 된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의 희망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같은 날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500m에 출전한다.

차민규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대한항공)이 부상과 부진으로 하락세를 탄 사이 대단거리 에이스 타이틀을 꿰찬 다크호스다.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시리즈에 나선 지 두 시즌밖에 안 됐지만 두 차례나 메달을 따내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다.

밴쿠버올림픽 직전 모태범과 비교해 보면 차민규에게 ‘깜짝 메달’을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

차민규처럼 월드컵 출전 두 시즌째에 올림픽 데뷔한 모태범은 그 전까지 한 번도 시상대에 선 적이 없다. 500m에서 16위, 1000m에서 9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에 비하면 차민규는 데뷔 시즌이던 2016-2017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 시즌 3차 대회에서 1위와 불과 0.001초 차이로 개인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고려한다면 앞서 남자 1500m 동메달을 차지했던 김민석(성남시청)에 이어 차민규도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차민규 역시 "김민석의 경기를 지켜보며 자신감을 얻었다. 나도 일 한번 내보고 싶다"고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차민규 외에도 남자 단거리의 맏형 모태범과 김준호(한국체대)도 남자 500m에 출격한다.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태범은 최근 3년간 부진했지만 풍부한 경험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앞세워 설욕을 노린다. 그는 밴쿠버올림픽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 2014년 소치올림픽 500m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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