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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한 소방관이 의왕시 고천동의 한 학교 운동장 사육장에서 기르던 공작이 나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 공작새를 구조해 학교 측에 인계하고 있다.
경기도내 밀려드는 동물 구조 신고로 인해 도내 소방관들이 말 못할 고충을 겪고 있다. 18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이하 도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소방의 구조출동건수는 총 19만1천521건으로 이 중 벌집제거가 3만5천577건(23.8%), 동물 구조가 3만3천331건(22.3%)을 차지하면서 동물 관련 출동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소방구조출동의 이러한 동물 구조 활동은 종(種)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지난달 18일 의왕시 고천동의 한 학교 운동장 사육장에서 기르던 공작이 나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크레인까지 동원해 구조했으며,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의왕시 왕송저수지 인근에서 부곡차량사무소와 저수지 사이 수로에 고라니가 빠져있다는 신고를 접수, 동물이동케이지를 이용해 구조 후 시에 인계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물 구조 업무가 사실상 생활 민원에 가깝다 보니 소방 내부에서 느끼는 고충도 상당하다.

도 재난본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119구조대가 동물보호협회나 시군 환경과보다는 더 연락하기 쉽기 때문에 신고가 소방으로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법률적 근거를 찾아봐도 소방이 전담할 필요가 없는 업무여서 소방관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도 재난본부는 안전출동은 지역 내 119안전센터가 맡고 인명과 관련된 긴급구조 상황만 119구조대가 출동하는 내용의 출동기준을 마련, 곧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이 같은 선별적 출동은 주민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어 현장에선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동물 구조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지만 당장 해당 업무를 이양하기엔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부분의 지자체에 동물 구조를 전담할 행정 조직이 없을 뿐더러, 있다 하더라도 가용 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전문적인 구조 업무가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자체의 동물 구조와 관련한 소극적 대처는 소방관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내 한 119안전센터 관계자는 "한번은 다친 비둘기를 구조해 지자체에 인계하려 했는데 담당부서에서 비둘기는 유해조류라며 인수조차 거부한 적이 있었다"며 "구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동물의 처리 문제까지 소방이 안고가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물 구조와 같은 경미한 사안으로 출동한 사이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칫 ‘골든 타임’을 놓쳐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119 생활민원 처리 개선 방안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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