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에도 어김없이 민족대명절 설날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이번 설이 유독 짧게 느껴졌다. 기자의 기분이 그래서인지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의 표정 역시 오랜만에 본 자식을 예전보다 짧게 본 후 다시 떠나보내는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올 설 연휴는 4일. 기자에게는 연휴 시작 하루 전인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였다. 보통 이렇게 되면 14일 고향으로 출발해 16일 설 당일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하지만 올해는 설 연휴 전에 이사를 하는 일정이 겹쳐 나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고향으로 출발했어야 했던 14일에 아직 매매가 되지 않은 기존 집 정리와 이사 전 발생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설 전날인 15일 새벽에 출발했다.

 이날 새벽 4시에 인천을 떠났다. 이유는 고속도로 정체를 피하기 위해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연휴도 짧았고, 새벽 이동으로 몸 역시 많이 피곤했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 무리는 조금만 쉬면 된다. 마음을 더욱 짓누르는 것은 바로 고향에 계신 어머니였다. 매번 명절 때가 되면 하루 일찍 갔다가 동생들과 같이 놀고, 명절 다음 날 새벽에 귀경하는 일정이다 보니 보통 고향에서 2박 3일 정도는 머문다.

그런데 이번에는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에다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내자마자 곧바로 고향을 나서는 모습에 어머니는 다소 실망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길게는 반년 가까이 얼굴을 못보다 명절이 돼야 한번 볼 수 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의 얼굴을 겨우 하루밖에 못보고 다시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기자 역시 고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처지라 어머니께 가끔씩이라도 인천으로 올라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어머니에게는 힘 드는 일이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4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오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무심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투정 섞인 말을 내뱉었을 때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마냥 즐거웠던 명절 고향길이 올해는 무엇 때문인지 많이 힘들고 피곤했다. 분명한 것은 내 잘못이라는 것이다. 다음 명절 때는 어머니께 더욱 즐거운 명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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