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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주 안양동안경찰서 경무계 경사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굵직한 아동학대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한 요즘이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만큼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원영이 사건’, 최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광주 삼남매 화재 사건’, ‘바퀴벌레 계부사건’까지…. 하지만 문제는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이러한 소수의 악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동학대 발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만9천 건에 달했다. 그 중 80% 이상이 부모에 의한 것으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그 수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승용차 안에 아이들을 두고 쇼핑하다 체포된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가 있었다. 미국이나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인들이 종종 경찰 조사를 받는데,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감시하고 신고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나오는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면, 한 아이를 학대하는데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

 작고 힘없는 아이가 아동학대 피해자로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수많은 징후들이 분명 있었을텐데, 그것을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겨 방관한다면 아동학대의 간접적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상당수 아동학대가 가정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피해아동 신고는 사실상 쉽지 않으며, 따라서 이웃들의 자연스러운 감시와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는 주변 이웃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관심과 신고를 유도하고자 ‘우리 아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회구성원이 아동학대의 평범한 가해자가 아닌 든든한 지원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인식의 변화, 그리고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갖자는 ‘우리 아이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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