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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교육부가 학교 민주주의 확산과 능력 중심의 교장 임용 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방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매우 뜨겁다. 학교 안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와 교직문화를 개선하려면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 결정에 따라 교장을 뽑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학교에서는 교장 자격증이 없더라도 ‘교장 응모’가 가능하다. 지금도 운영하고는 있지만 대상 학교 수가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보다 그 비율을 대폭 확대한다면 수십 년간 운영돼 온 ‘교육공무원 승진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장공모제 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제왕적 교장’의 폐해를 줄이고 ‘관료주의 청산’과 ‘미래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공모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시행 10년이 되었지만 교육공무원 71%가 확대를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5% 제한 규정 탓에 평교사 출신 교장은 10%가 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들 주장으로는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평교사 출신 학교장이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과 권한 위임으로 교사들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교장공모제를 거치면 교사 및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을 교장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반면 교장공모제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쪽에서는 ‘제왕적 교장 폐해 해소’와 ‘관료주의 청산’이라는 찬성 쪽 논리에 손사래를 친다. 학교의 모든 주요 업무는 ‘학교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진하고 있는 것이 학교 현장의 현실임에도 ‘제왕적 교장’과 ‘관료주의’를 앞세우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 온 기존의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의 근간을 흔드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는 학교 안의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와 교직문화가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심대하게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힘든 업무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보직교사나 담임교사는 누가 맡으려고 할 것이며, 농어촌이나 도서벽지 학교에는 누가 근무하려고 할 것인가? 더구나 교감 경력도 없는 학교장이 학교 문화를 정말 개선할 수는 있을까 걱정한다.

 양측 주장을 보면 각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사실 왜곡이나 과장된 주장이 상당히 많다. 우선 교장공모제 확대를 주장하는 쪽은 학교에 만연한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왕적 교장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다양한 교직 생활을 경험한 젊은 교장의 탄생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왕적 교장’의 폐해나 ‘관료주의 청산’을 교장 공모제 확대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오늘날의 학교 현장에는 학교 운영 시스템을 보아도 제왕과 같은 교장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행 승진 규정하에서도 교장으로 승진한 젊고 유능한 학교장들이 많다. 더구나 관료주의 현상은 조직이 대규모화 할수록 확대 심화하는 경향이 일반적인데 학생 수 격감으로 점점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학교 사회에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임명된 교장의 대다수가 진보교육단체 출신이라며, 입법예고안이 시행되면 ‘특정 노조 출신 교장 만들기’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간 그런 의혹을 받을 만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와 같은 주장 역시 합리적인 주장은 아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 교사라면 누구나 학교 경영계획서와 자신의 교육철학 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써서 해당 학교에 응모하고, 학부모와 교사, 지역사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선정된 사람을 교육청에 추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주장 역시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현행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은 수십 년간 문제점을 보완하며 개선돼 온 안정적인 규정이다. 교원 사회를 잘 모르는 외부에서 판단하는 것처럼 ‘자격증을 통한 기존 승진제도가 제왕적 교장 권력을 가능케 하는 잘못된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장 공모제 확대와 같은 새로운 제도 도입은 어느 한 쪽의 유·불리에 따라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개선과 교육 발전을 위해서라도 신중하게 판단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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