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지엠을 둘러싼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최악의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도 서로 다른 책임 공방만 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노사 등 이해당사자들마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지엠 문제를 해결할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23개 한국지엠 1차 협력업체들은 IMF 외환위기 인한 2001년 대우자동차 부도 당시 상황을 지금 겪고 있다.

최근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인천지역 협력업체들의 시중은행 대출이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글로벌GM이 이달 말까지 부평·창원 공장에 대한 조치도 취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납품 및 대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한국지엠 협력사에 산업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이 더 이상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2∼3차 협력업체들은 담보 강화에 10%가 넘는 이자로도 대출이 안되는 지경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긴급경영안정자금처럼 단순 대출이 아닌 정부 차원의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이유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첨단부품사업 지원 등 각종 재정지원이 이뤄져도 철수설이 가시화된 한국지엠 협력사에 대해 시중은행은 더 큰 담보를 전제로 대출승인을 처리할 공산이 크다.

협신회는 ‘무조건적인 정부 지원과 GM본사의 신차 배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GM은 ‘먹튀 자본’이 절대 아니라고 항변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M은 파산 위기에서도 단 한차례도 협력사에 대한 계약위반이나 납품 대금 지연 등은 없었다는 이유를 든다. 특히 1차 협력사 경우 2025년까지 한국지엠과 계약된 부품공급계약이 과거의 사례를 비춰 볼 때 최악의 상황에서도 계약은 유효하게 지켜질 것으로 믿고 있다.

반면, 노조는 GM본사의 비정상적인 경영과 이를 방치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난하면서 정부가 GM의 자본 투자 및 시설 투자에 대한 확약을 받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한국지엠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와 경영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이 요구하는 임금 동결 등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사측은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1조1천여억 원의 GM본사 차입금 중 4천억 원은 갚았지만 한 차례 연장된 7천200억 원을 이달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의 ‘협조’가 없으면 더 이상의 연장도 신차 배정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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