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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시인
한국인이 국내에서 최초로 스케이트를 탄 시기는 1904년이다. 주인공은 인천에 거주했던 현동순(玄東淳)이다. 서울 삼청동 개천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탔다고 하는데, 애초에는 그것이 스케이트인지도 모른 채 손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케이트와 관련해 또 한 명의 인천 인물로는 율목동에 거주했던 김용경(金龍卿)을 들 수 있다. 그는 당시 16세로 인천우편국 소년 전보배달부이기도 했는데, 1933년 ‘수뢰정형(水雷艇形) 스케이트’라는 수상(水上), 빙상(氷上) 겸용의 진기한 발명품을 고안해 내 도하 신문 지상을 장식했다.

 이 두 이야기는 선대 인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선구적이고 능동적이며, 개척 정신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창의적 기질을 기린다는 뜻에서 이미 본란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실제 빙상 경기인(競技人)으로 이름을 날린 분은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이다. "자기류이기는 했지만 10년 가까이 닦은 스피드와 피겨 기량으로 경성제대 아이스하키부의 대표선수가 된 신외과 원장 신태범 박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저서 「개항 후의 인천 풍경」에 당신 자신을 3인칭화 해서 쓴 글인데, 대략 열 살 때인 1922년 무렵부터 10년간 실력을 닦아 인천 사람 최초로 정식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 박사는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초창기 개척자의 한 분이라는 사실이다. "1932년부터 4년간 전일본대학대회와 전일본도시대항대회에서 활약하여 빛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서울에서 그와 함께 아이스하키 경기를 한 선수로서는 유한철(劉漢徹), 김용우(金用雨), 최도용(崔道鏞), 전창일(全昌日) 등이 있었다. 모두가 아이스하키의 개척자로 손꼽히고 있다." 이 역시 앞의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스케이트가 인천에 널리 보급돼 경기가 열린 것은 1920년대 초중반인 듯하다. 스케이트 보급에 대해서는 "20년대가 되면서 일제 스케이트가 비교적 싼 값(2∼3원)으로 등장하여 학생들 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창 때는 백 명 가까운 스케이트 애호가들이 모였다"는 신 박사의 증언이 뒷받침한다.

신문 기록으로 보면, 인천 최초의 빙상경기대회는 1924년 12월 27일 매일신보가 주최한 전인천빙상경기대회다. 물론 그에 앞서 1924년 1월 13일에 창립된 제물포청년회가 첫 사업으로 2월 10일 ‘송림리 스케트장’에서 제1회 빙상경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때 아닌 우천(雨天)으로 해빙이 된 데다가 당분간 결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소의 통보에 따라 부득이 중지하고 만 것이다.

인천고등여학교(현 인천여고)도 교내 연중 행사로 바로 2월 상순께 주안역 부근에서 스케이트대회를 열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이 대회 역시 제대로 열렸는지 궁금하다. 인천빙상경기는 인천에 지사가 있던 신문사들이 주로 주최하거나 후원했다. 1925년 1월에 시대일보 주최, 같은 해 1월 매일신보 주최의 경기가 열렸다. 1928년에는 인천고려체육회 주최, 중외일보 후원으로 빙상경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1925년 매일신보 대회는 전진부(前進部)와 배진부(背進部)로 나눠 대회를 치렀다. 배진부는 300m와 600m, 두 종목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뒤로 경주하는 것인데, 아마도 피겨스케이트를 응용한 흥미 위주의 경기였던 듯싶다.

 이 밖에 1925년 전조선체육회 주최 제1회 전국대회에 인천 선수가 참가한다는 시대일보 기록이 있으나 누가 대표선수였는지는 불명하다. 무슨 연유인지 1928년 인천고려체육회 스케이트대회를 끝으로 10년 동안 인천에서 빙상경기가 개최됐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1937년 1월에 와서야 비로소 인천체육회 주최 제1회 대회와 1938년 1월의 인천부 주최 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정규 링크는 꿈도 못 꿀 시절이어서 빙상경기는 주로 ‘송림리’에서 열렸다.

인천여고의 경우처럼 ‘주안 부근’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모두 얼음이 언 논이나 저수지를 이용했다. 웃터골 운동장에 물을 끌어들인 뒤 얼려서 빙상장을 만들거나 축현역 앞 연못에 1천650여㎡의 스케이트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1939년 인천체육회 주최 제3회 전인천빙상경기대회는 도원동 공설운동장에 만든 특설 링크에서 시합을 가졌다. 한국인의 잠재력을 세계에 보인 평창올림픽이 장한 자부심 속에 어느덧 종반에 이르면서, 문득 한 세기 전, 원시(原始) 인천 빙상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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