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지난 2014년 9월 22일 ‘추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초등학교 운동장. 6학년 2반 심윤섭·양세찬·오승찬·이재홍·김기국 군이 경주를 하기 위해 스타트라인에 섰다.

 그 중 연골무형성증이라는 병으로 장애 6급 판정을 받은 기국 군은 경주에서 늘 꼴찌를 도맡아야 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친구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져 기국 군은 ‘올림픽’이 열리는 날에는 학교 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기국 군의 초등학교 마지막 ‘올림픽’은 여느 때와 달랐다. 앞서 달리던 친구들이 뒤쳐진 기국 군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기국 군은 눈물로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했고, 이 장면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제일초등학교의 ‘추계올림픽’은 그야말로 ‘감동 올림픽’으로 승화돼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장면2>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이 종목은 3명이 팀을 이뤄 400m 트랙을 6바퀴 돌아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사족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세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눈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마지막 바퀴에 접어들면서 레이스를 이끈 김보름과 박지우 뒤에 자리한 노선영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인4각 경주에서 힘들어 하는 맏언니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2인3각으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꼴이다.

한술 더 떠 "마지막에 (노선영 선수의) 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며 비웃듯 인터뷰하는 김보름의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선수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는 물론, 포털 사이트에도 비난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자격박탈’을 청원하는 글까지 올라왔을 정도다.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코칭스태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순 없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들의 묵인 또는 방조, 혹은 조장이 없었다면 이 같은 해괴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을까. 기국 군과 그 친구들은 이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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