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불놀이가 성행하는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산불 등 화재의 위험이 높은 시기다. 그러잖아도 산불이 잦은 요즘이다. 건조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전국적으로 하루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가 크게 발생하곤 한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대형산불로 이어지기가 쉽다.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귀중한 인명피해도 가져온다. 게다가 산속에는 사찰 등 소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이에 대한 손실도 우려된다.

 자치단체들이 농민들을 대상으로 ‘논밭두렁 태우기’를 부추겨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는 어이없는 소식도 들린다. 특히 정부는 논밭두렁 태우기에 효과가 없다고 하고는 있지만 지자체에 따라 권장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논밭두렁을 태우면 해충이 죽는다는 잘못 알려진 상식 때문이기도 하다. 설사 효과가 있다 해도 미미할 뿐이다. 땅속에 있는 해충은 겉만 태우고 지나가는 불길에 의해 박멸되지 않는다. 자칫 논밭의 몇 안되는 해충을 죽이기 위해 놓은 불이 인근 산으로 번져 산불이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로 확산돼 크나큰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얻는 실익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건조해 산불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예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이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다. 산불을 일으키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주로 영농철을 앞둔 건조한 봄철에 농촌에서 연례행사처럼 행해지곤 한다.

 본격 농사철을 맞아 잡풀과 농산물 쓰레기 등을 태워 정리하고 병충해를 방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멸구 등 해충은 논밭의 흙속 깊은 곳에 있어 두렁을 태워도 쉽사리 소멸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논밭두렁을 태워 해충을 잡으려다 오히려 이로운 곤충을 죽일 수 있어 두렁 태우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오랜 기간 가꾸어 온 산림을 한순간에 태워버린다. 지자체들은 농번기를 앞두고 농촌에서 행해지고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를 멈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조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당부한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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