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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동 <인천시 중구 우현로>
고려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 소재지를 찾으려고 수년 동안 찾아 다녔다. 틈나는 대로 일일이 관련 책들을 찾아 살펴 봐야 하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을 잡아먹는 어려운 일이었다. 책 하나하나 뒤적이며 찾던 중 상정예문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집히는 데가 있어 찾아냈다. 상정예문이 일본 재단법인 동양문고에 소장돼 있을 거라 의심치 않는다. 단정 짓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동양문고의 설립자는 교사코다. 일제강점기 일본외무성 소속으로 조선주재 일본 영사관 통역관으로 근무하면서 금속활자 조선본책을 가장 많이 수집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1936년 일본도서관협회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금속활자로 인쇄 발행한 고서의 연대와 내용을 자세하게 밝혔던 고서 수집가이기도 했다. 셋째, 선책명제, 고선책보, 조선의 활자판본 등 중요한 책을 저술했다. 우리의 고서본 목록을 붓으로 직접 저술한 책이다. 고선책보 1권 2권 3권은 활자로 다시 인쇄해 1944년 펴낸 책이다. 선책명제, 고선책보, 한적목록고본 이외 다른 수많은 조선본 목록에서는 볼 수 없는 고서의 펴낸 연대, 내용, 저자를 자세하게 저술하고 있으며 동양문고와 동경제국대학 소장 백산흑수문고는 일본에서도 조선본책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고선책보에서는 인천, 수원에 관련된 책들도 볼 수 있다.

 수년 동안 상정예문을 소장하고 있는 곳을 찾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뒤적이며 살펴 보았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국립도서관에서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이 동양문고 총간서로 발행된 고선책보라는 책 속에서 자세하게 소개된 자료를 찾아낸 수확에 자부심을 느낀다.

 고선책보에 소개된 상정예문의 저술자 최윤의는 고려 의종 때 평장사라는 관직을 가지고 있었다. 상정예문은 고려 인종 때 각종 고금의 예문을 모아 그것을 참작해 50권을 저술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문자의 마멸이 심해지고 손상이 있자 최충원의 지시로 고치고 다듬는 수보과정을 거쳐 상정예문 2부를 새롭게 인쇄했다. 1부는 예관에 보존하고 또 한 본은 최충원의 집안에 보존하고 있었다. 훗날 최충원의 집안에 보존하던 상정예문을 다시 금속활자로 28부를 인쇄한 것이 1232년 인천 강화에서 발행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인 것이다.

 인천 송도에 2021년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개관된다. 전시될 물품들도 많이 있겠지만 상정예문이 전시된다면 그 고서적 하나만으로도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무궁할 책이다. 임진왜란 때 약탈해 간 금속활자본을 1890년 일본 인쇄 잡지에 실린 조선의 금속활자 인쇄술은 세계적 명성이라는 기고문과 1900년 초 일본학자 아사마린에 의해서도 일본에 알려진 고려의 금속활자본 상정예문책이 1232년 인천 강화에서 발행된 책이므로 인천시가 조직적으로 나서 책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일반시민이 개인적으로 찾아 나서기에는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었다. 일본 소재 동양문고는 상정예문 책 찾기에 열쇠를 쥔 곳으로 확신한다. 전문팀을 꾸려 일본으로 책 찾기에 나서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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