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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사장

# 임진왜란과 남북분단의 교훈

1592년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으로 임진왜란이 발발한 당시 조선은 속절없이 16일 만에 도읍인 한양을 일본군에게 내주고 선조의 마지막 희망인 명나라에게 구원군을 요청해 이여송을 대장으로 한 명나라 군대가 소위 항왜원조(抗倭援朝)의 파병을 한다. 당시 청나라와의 전쟁으로 국력이 크게 손상된 명나라는 왜군이 조선을 병합할 경우 명나라에 대한 심각한 위협 요소로 파악하고 어렵사리 파병을 결심해 평안도 지역까지 진출한 왜군을 격퇴해 중부권까지 몰아내는데 성공한다.

 그후 명나라 군대는 명나라에 대한 일본의 직접적 위협에서 벋어난 이후 전쟁에서 소극적 모습으로 전쟁을 피하고 있었는데 이때 명나라와 일본은 조선의 분점을 전제로 한 강화조약을 조선 몰래 하고 있었다. 전쟁을 회피하는 명나라 군대와 왜군을 빨리 물리쳐 한양을 수복하라는 선조의 명령 사이에 낀 유성용의 답답함은 징비록에 잘 묘사돼 있다.

 결국 강화협상이 결렬돼 다시 전쟁이 발발하는 정유재란 이후에서야 비로소 명나라 군대의 본격적인 참전이 이루어진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만약 명나라와 일본 간 강화가 성립했을 경우 명나라는 ‘평양~원산’을 국경으로 이북은 명나라가, 이남은 일본이 분점하는 아찔한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지경임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또한 대한제국 말기인 1895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이후 러시아의 남진을 경계하던 영국은 일본과 비밀리에 1902년 영일동맹을 맺고, 미국 역시 1905년 가츠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하는 상호 협약을 맺어 결국 조선은 치욕적인 일본의 36년간 식민지 지배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중립국의 지위를 희망한 고종과 조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조선의 운명이 열강의 손에 의해 결정된 순간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미국은 얄타회담과 포츠담회담에서 일본 관동군 토벌을 위해 러시아의 참전을 요구하고 이 참전의 결과로 우리 민족은 뼈아픈 남북분단의 고통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모두가 근대사에 우리 민족이 경험한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우리 민족의 역사가 결정되는 코리아패싱(Koreapassing)의 아픈 기억들이다.

# 평창올림픽과 갑작스러운 남북해빙무드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급속한 해빙무드를 맞아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서로 무력으로 충돌할 것만 같았던 북한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남북 정상회담을 논하는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역사적 과업인 통일을 위한 남북한 당사자 간의 적극적 대화는 어떤 경우라도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와 함께 한국전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미국은 지금 핵무기를 전제로 한 북한과 핵보유를 전제로 협상을 할 경우 유사한 욕구가 큰 다른 국가의 핵보유를 막을 방법이 없어지게 되므로 미국이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폐기 혹은 적어도 핵동결을 최우선과제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반면, 우리의 형제이며 남북 통일의 대상인 북한 정권은 남한 대비 거의 유일한 비대칭 우위 전력인 핵보유를 포기할 경우 체제의 유지를 보장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핵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생명줄인 것이다.

 북한의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의 방한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몇 차례 회담으로 언론에 비친 남북관계는 확연히 훈풍이 돌고 있으나, 우리가 주지해야 할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무기 완성도는 점차 올라갈 것이고 이는 북미 간 충돌의 시한폭탄은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

# 우리는 지금 국론통합과 단결이 필요한 때

지금 우리는 우리가 처한 한반도의 현실이 질곡의 세월을 겪어온 19세기 말보다 결코 녹녹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이 시점에서 우리에 필요한 것은 국론통합을 통한 국민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코리아패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수사와 백가쟁명식 주장보다 국론의 통합을 통한 우리의 입장과 각오를 국제사회에 어필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자주권을 갖는 것이 진정한 21세기 통일 한국을 지향하는 우리의 자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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