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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3년이 됐다. 지방자치는 그동안 주민들의 기대 욕구에 부응하면서 지역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 왔지만 국민들 눈에는 아직도 불만이 많다. 민선 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지역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노력보다는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거나 전시적이고 낭비적인 지역 개발 정책을 거듭하면서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직자들 역시 과거 관료적이고 수동적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크다. 특히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로 인해 단체장이나 시도 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시녀로 전락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아직도 지방자치제 폐지와 단체장을 임명직으로 환원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공공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속하게 국민 생활에 대응하는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관료사회 역시 중앙정부의 특별교부금이나 보조금 타다 쓰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역발전의 주체로서 정책을 개발하고 주민의 입맛에 맞는 행정을 수행하는 능동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할 때가 됐다. 주민들 역시 공공 서비스 고객(customer)이자 소비자(consumer)로서 정책 결정과 집행, 평가 과정에 개입하는 적극적 참여자로 변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관료사회의 비능률을 개선하고 새 바람을 불어 넣기 위한 구조 조정을 단행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와 달리 관료 조직은 한층 더 위축되고, 우수한 인력이 빠져 나가 ‘사람은 없고 일만 많아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두 축인 관료와 시민사회의 변화 노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성과와 경쟁, 효율만으로 지방자치를 성공시킬 수 없다. 관료와 시민사회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참여하고 소통하는 ‘참여 지향적 행정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하위직과 일선 공무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주민들과 접점에 위치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었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조직을 생각하며, 고객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시민들도 자신들이 만나는 공무원들을 통해 정부와 대면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은 토론 민주주의를 통해 그들의 의사를 정책에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허용해 적절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도록 공청회, 주민총회, 인터넷, SNS를 통해 토론을 구조화해야 한다. 특히 제3섹터(NGO나 시민사회단체 등 비영리조직)의 시정 참여를 늘려 나가야 한다. 이들은 공공부문이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공동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사회 참여 방식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른바 ‘시민중심 사회’의 탄생이다.

 시민중심 사회는 시민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되고 시민이 공공 서비스 제공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민의 역량에 따라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말한다. ‘시 행정에 대해 자원봉사는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물질적인 기여를 경험한 시민일수록 그렇지 못한 시민들에 비해 지역사회 애착이나 자부심이 높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의식과 행동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시민사회의 다양하고 전문화된 능력과 자발적 참여야말로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지방자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핵심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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