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지분 17%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국내시장 철수를 미리 알았으면서도 그에 따른 대비책 마련은커녕 지배주주 권리까지 행사하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를 둘러싼 후폭풍이 매우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강력한 비난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한국지엠의 보유지분 매각이 어렵다고 판단한 가운데 장부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살펴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한국지엠 관련 최초 보고서를 꾸민 데 이어 12월 말 기준으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산업은행을 포함해 금융기관이 지엠에 채권이 없어 채권자 관여가 불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여건상 보유 지분 매각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자신들의 보유 지분 주식가치를 제로로 평가했다. 즉, 산업은행은 최근 빚어진 한국지엠 사태를 미리 예견해 놓고도 이를 수수방관한 꼴이다.

산업은행의 변명이 없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난해 10월 지엠 지분 매각 제한 해제를 앞두고 한국지엠 경영개선 사항과 관련, 총 8가지 항목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지엠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해당 자료 공개를 요청한 까닭은 구체적인 손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자료 요청한 8가지 항목은 한국지엠 장기 발전 계획과 재무개선 조치, 수지 개선조치, 재무실적 공개 등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는 지난 20일 "이미 지난 2013년 호주를 시작으로 러시아와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지엠 철수를 결정했고 이는 지엠이 선택과 집중으로 글로벌 사업 재편 전략을 새롭게 짜 한국에서도 이를 검토한 것이다"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차종 생산과 합리적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화를 꾀할 입장이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제너럴모터스(GM)의 출자전환 약속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비토권을 볼모로 사실상 유상증자 참여를 강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떨어뜨려 한국지엠의 주요 결정사항과 관련 산업은행이 갖는 비토권이 자동 상실되기 때문이다. 차입금의 공장 담보 제공 요청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같은 사안으로 지엠과 산업은행 간 갈등을 빚은 바가 있는 만큼 이번 역시 그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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