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이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이었다. 본은 21일 정선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1분39초69의 기록으로 3위를 기록했다. 올시즌 세계랭킹 1위인 이탈리아 소피아 고지아가 1분39초22로 금메달을, 노르웨이의 라그닐드 모빈켈이 1분39초31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무릎 부상으로 2014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본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 나설 때부터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가능성도 꽤 높았다. 평창올림픽 직전인 지난 4일 열린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월드컵에서 고지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세도 좋았다.

더군다나 경기가 진행된 정선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던 할아버지가 싸웠던 곳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본에게 스키를 가르쳐주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본은 할아버지에게 금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결국 이날 레이스에서 3위에 그치며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의 올림픽 활강 레이싱은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본은 4년 뒤에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전에 선수생활을 마감할 계획이다.

본은 이날 레이스를 마치고 "이게 마지막 올림픽 활강 경기라고 생각하기가 참 힘들다"며 "감정을 주체하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그런 생각들은 산에다 다 두고 내려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할아버지를 위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할아버지가 (지금 모습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은 22일 열리는 복합(활강+회전)에서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강원도민일보·기호일보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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