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에 일자리를 잃는 것은 본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뿐 만이 아니다. 당장 인천항 내항 5부두에서 일했던 업체 직원들과 부평공장과 내항을 오갔던 운전기사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관 산업 종사자들이 입는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만 명이 넘는 한국지엠 본사 직원들은 그나마 뭉쳐 대응은 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인 이들은 어디 가서 딱히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내항 5부두에는 완성차를 정리했다 배로 옮기는 ‘드라이버’ 70명이 상용직으로 일한다. ‘드라이버’는 5부두가 문을 닫으면 당장 일자리를 잃는 데다 직업 특성상 다른 일을 찾기도 어렵다. 수출용 자동차를 배에 싣기 전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는 업체 직원들, 자동차가 흔들리지 않게 고박작업을 하는 업체 직원 등 수십 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수출 차량 4∼6대의 차를 싣고 부평공장과 5부두를 오갔던 카 케리어 운전기사들은 최근 부평공장 수출 물량이 줄면서 수입도 그만큼 줄었다.

 부평공장을 맡는 운전기사들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잘 나갔지만 요즘은 차 할부금 걱정에 밤 잠을 설친다. 이들은 차 한 대를 옮길 때마다 9천500원을 받는다.

 운전기사 신모 씨는 "오전 8시 전부터 시작해 새벽까지 일해도 하루에 10번을 다니기 힘들다"며 "만일 교통사고가 나 실은 차들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기사가 수리비를 다 물어야 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부평공장을 오가는 운전기사는 한때 150명까지 늘었다 지금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 뿐만 아니라 4부두 KD센터에서 반조립된 차를 컨테이너에 싣고 인천신항으로 옮기던 기사들도 요즘 다른 일감을 찾고 있다.

 부두운영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손해도 만만치 않다. 선광이 5부두에서 벌어들이는 하역료는 연 평균 100억 원, 인천항만공사도 10억 원 정도의 임대 수입을 벌어왔다. 그러나 ‘한국지엠 부평공장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하역료와 부두임대 수입은 공중으로 날아 갈 수밖에 없다.

 우선은 현재 대화가 오가는 중인 정부와 글로벌GM의 협상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부두 운영사와 항만공사는 5부두 운영 차질에 대비한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설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인천시도 한국지엠 부평공장 지역 협력 업체와 연관 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금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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