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청이 직원 복지를 명분으로 실시한 사업들이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천900만 원을 들여 직원들의 계단 걷기 장려를 위해 청사 내 출입계단에 화분 설치와 지압 효과를 주는 ‘콩자갈’ 석고발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화분이 설치된 지 불과 반년 만에 식재된 식물들 대부분 갈색으로 변해 죽어있는 상태다. 또 계단을 오가는 직원들은 대부분은 콩자갈이 깔린 바닥을 피해 이용하고 있다. 미관상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식물들은 관리 소홀로 오히려 경관을 망가뜨리고 있고, 건강을 돕기 위해 만든 콩자갈은 통행공간을 절반으로 줄여 직원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경찰청의 전시행정은 이뿐이 아니다. 올해 청사 내 1층에 위치했던 아동청소년계 사무실을 다른 층으로 옮기고 해당 공간을 리모델링해 북카페로 조성했다. 1천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직원들의 복지공간이자 외부 손님들이 청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과 시간에 1층 북카페에서 책을 볼만큼 여유가 있는 직원들은 없다.

특히 직급이 낮은 직원들일수록 해당 공간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북카페 바로 맞은편에는 이미 커피 등을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조성된 상태여서 굳이 사무실을 줄이면서 다른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천경찰청의 한 직원은 "지금도 청사 내 사무실이 매우 비좁은 상태인데, 주로 간부들만 이용하는 공간을 또 만들 필요가 있었냐"면서 "전시행정에 신경 쓰기보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직원들이 정말 필요한 비품을 구매해주는 것이 복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 시설계 관계자는 "경찰공무원은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더욱 열악한 복지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직원들의 복지여건 향상을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