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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의 한 폐기물수거업체 관계자들이 수거차량을 보여주며 직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시간은 빠듯하고 작업은 빨리 끝내야 하니까 계속 차 뒤꽁무니에 매달려 이동할 수 밖에 없어.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인천시 남구의 한 쓰레기 수거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A씨는 새벽마다 목숨을 건 곡예를 한다. 도로 한 가운데를 빠르게 달리는 청소차 뒤에 매달려 이동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추락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A씨가 차량 뒤편에 매달리는 이유는 작업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정해진 시간 내에 담당 지역의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려면 한시가 급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6월 부평구에서 청소차량에서 매달려 작업하던 환경미화원이 차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지역 도로환경미화원을 뺀 생활폐기물 등록업체는 총 34곳. 이들 업체에 종사하는 환경미화원은 총 727명이다. 이들은 지자체와 맺은 계약에 따라 일정 면적의 지역을 할당받아 쓰레기를 처리한다. 보통 매일 자정부터 오전 6시께까지 담당 지역 주택가와 일반도로를 오가며 시민들이 내놓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문제는 출근시간까지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담당 지자체에 민원을 접수하거나 업체에 직접 불편신고를 한다. 이러한 민원이 잦으면 이후 계약을 위한 업체 평가에도 불리하다.

결국 업체들은 오전 6시께 시민들의 출근시간 전까지 지역 곳곳의 쓰레기 수거를 끝내려면 위험한 장면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법 제49조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지자체와 청소 대행업체에서 환경미화원들을 대상으로 정기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차량 뒤에 매달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힘들다.

동구청 관계자는 "직영업체라면 구가 관여해 근무환경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겠지만, 아무래도 위탁업체는 구가 직접적으로 업무에 개입하기가 어렵다"며 "업체 자체적으로 작업할 때 안전수칙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계약서상 차량 뒤편에 매달리지 말라는 조항은 없어 강제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근로자들도 차에 매달려 하는 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면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면 더 많은 인력과 차량을 충원해 현장에 투입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예산 문제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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