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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부대’는 벌거벗은 임금님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2월 23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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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

얼마 전 거리를 지나가다가 현수막에 돌출한 그 생경한 단어를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서인부대’ 어느 분은 이 단어를 처음 듣는 순간, 조선왕조 중기 사색당파의 하나인 ‘서인’을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당파 간 극심한 반목으로 나라가 허약해지고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던 세월이 연상되는데다가 ‘부대’라는 말까지 더해지니 태극기부대 등을 잇는 새로운 부대의 출현인가 싶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의 주창자는 인천시장이다. 유 시장은 ‘서인부대는 우리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신조어’로서 "올해 인천이 서울에 이어 대한민국 2대 도시로 발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10월 시민의 날에 ‘서인부대’를 선포하고자 한다"고 연초부터 기염을 토했다. 머지않아 지역내총생산(GRDP)이 서울에 이어 인천, 부산, 대구 순으로 역전될 것이라는 경제지표 한두 개를 근거로 내세웠는데 아마도 과대포장에 가까울 것이다.

 인천시가 재정위기 극복 치적을 과장 홍보하다가 ‘서인부대’를 들고 나온 바, 결국 시민의 지역감정을 자극해 우리 인천이 부산과 대구보다 못할 게 뭐냐고 호소하는 여론호도책이다. 하지만 이는 인천을 오히려 고립시키는 낮은 정략일 뿐이다. 국토 균형 발전 속에서, 지역발전을 지향하는 대의 속에서 인천의 발전방향을 논해야지 ‘서인부대’라는 선정적 구호를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부산 대구를 비롯한 다른 지방의 견제를 자초함으로써 인천발전을 저해할 하책으로 떨어질 것이 불을 보듯 하다. 더구나 ‘서인부대’는 진실이 아니다. 정량적 지표와 실제 시민의 삶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이 달콤한 구호는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시민 1인당 개인소득은 울산의 절반이고 17개 시도 중 전국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친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과 개인 금융부채는 최고로 높단다. 인천시민 행복만족도는 전국 꼴찌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장관을 역임한 후 박 대통령 후광을 업은 힘 있는 시장이라던 2015년에도 그는 광역시 건제순을 서울-부산-인천-대구로 바꿔 달라고 건의했다가 묵살된 바 있다. 당시 부산은커녕 대구보다 앞세워 달라는 건의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한심한 실력에 빈약한 근거를 내세워 부산을 앞질러 2대 도시를 선포한다고 인천이 실제로 2대 도시가 되는가 말이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인천이 안고 있는 ‘10조 원의 과다 부채’ 등 각종 문제점을 덮는 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게다. 또한 그 허황된 구호에 문제를 제기하면 권력욕에 눈이 어두워 인천의 희망을 꺾는 ‘정치꾼’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일 게다. 물론 자기가 사는 도시가 만년 4위를 벗어나 제2의 도시로 상승한다면 거기다 살 만한 도시로 꼽힌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재선 구청장으로 일하며 확인한 것은 우리 인천시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신기루 같은 인기 영합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 있는 도시를 만드는 ‘진정성’이란 사실이다. 촛불혁명시대, 국민주권시대에 맞게 통치가 아닌 자치, 관 주도가 아닌 협치, 시민 당사자 중심의 정책을 펴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 공동체 마을 만들기 등 지속가능발전이 시급하고, 서해를 평화·협력의 바다로 만드는 등 남북 교류·협력 실천이 선결과제다.

 세계적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20세기는 1인당 GDP가 국가 성공을 평가하는 제1의 척도였다. 그러나 이제 사상가와 정치인은 물론 경제학자들조차 GDP를 GDH(국내총행복)로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파한다. 21세기 국민은 ‘생산’이 아니라 ‘행복’을 바란다는 것이다.

 부평구는 이미 ‘행복지표 개발 및 정책 연계 연구 용역’을 통해 보다 정의롭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도시를 목표로 행정을 펴왔다. 그래서 정치권과 인천시민들에게 제안한다. 제발 지역감정을 자극하지 말고, 시민의 삶의 질과 행복, 안전을 위해 고민하자. 국토 균형 발전의 기본 축에서 서로 공정하게 상생하는 정책을 시민과 함께 만들자.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유턴해 차라리 생태도시 꾸리찌바, 재생도시 런던, 사회적 경제도시 퀘벡, 에너지 재생도시 말뫼, 공동체 행복 1위의 나라 부탄과 경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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