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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2018년 설을 맞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또 한 번 소망과 기원을 담아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으리라 생각된다. 사람들마다 새해를 맞는 방법은 다양할텐데, 어떤 이는 한 해의 출발을 일기장에 기록하면서 시작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을 것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새해 인사를 전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대다수가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리고 우표를 붙여 보내야 하는 수고로운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SNS, 인터넷 등을 이용해 우표 없는 편지와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시대와 환경이 아무리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해가 바뀌면 향후 어떤 일들이 전개되고 일어날지 새로운 해의 이런 저런 변화를 가늠해보고 예단(豫斷) 해보려는 경향이 그것이다. 그래서 정초(正初)에는 토정비결 풀이가 성행했는데, 최근엔 인터넷 토정비결을 보기도 한다.

 물론, 재미로 본다지만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본다는 것은 역사 이래 각양각색 인간사의 살아온 결과를 통계와 확률로 확인하고 비슷한 여건과 상황에 대한 역술인의 해석을 들어 본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으며 갖게 되는 궁금함을 인천 지역사회로 돌려, 100년 혹은 50여 년 전 인천에서 일어났던 일을 되짚어보는 것도 2018년 한 해를 예단해 볼 수 있는 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지금부터 120년 전인 1898년, 조선은 여러 열강들의 각축과정에서 자존감을 세우기 위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연호(광무)를 제정한 지 2년이 된 시점이다. 당시 인천에서는 일본인에 의해 자행된 명성왕후 시해사건에 분노해 국모보수(國母報讐)를 감행했던 백범 김구가 감리서 감옥에서 탈옥한 사건이 있었다(3.19). 이후 김구는 105인사건과 결부돼 다시 한 번 인천 감옥에 투옥됐고 인천항 축항공사에 노역을 당하기도 했다. 이 해에 성공회 선교의사인 랜디스가 32세로 사망하면서 성누가 병원이 폐쇄됐다(4.16). 개항 후 한국 최초로 성공회교회가 인천 내동에 자리했고 의료 선교사로 왔던 랜디스는 병원을 세워 많은 환자들을 돌봤다. 당시 인천인들은 그에 대한 고마움을 ‘약을 주는 큰 사람’이라는 뜻으로 ‘약대인(藥大人)’으로 표현했는데, 현재 그의 안식처는 부평가족묘원 내 외국인 묘지에 자리하고 있다.

 이때 전동 옛 인천여고 자리에서 ‘대조선’이라는 국호가 들어간 닷냥은화를 비롯해 다섯 종류의 화폐를 처음 주조했던 인천전환국이 용산으로 다시 옮겨가는 결정이 내려졌다(8.15.). 그리고 일제가 미곡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최초로 설치했던 인천미두취인소가 파행적인 운영과 오직(汚職)사건으로 해산됐다(10.7.). 이후 또 한 차례 임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던 이 기관은 일종의 도박장으로 투기와 가격 조작이라는 문제로 인해 운영 과정에서 적잖은 폐해를 낳았다. 110년 전 1908년, 조선은 이미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하고(1905) 한일신협약의 체결로 사법권·행정권 및 관리 임면권까지 빼앗겨(1907), 합병 전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당시 인천항은 일본인의 조선 진출에 따른 주요 거점이었기에 그들의 식민지배를 합리화한 역사서들이 연속 발간됐다. 같은 주제로 각기 다른 주체가 쓴 3종류의 ‘인천개항 25년사’가 그것인데, 인천은 일본인들의 도시로 변질되고 있다.

 100년 전 1918년,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인천항에 제1선거(船渠)와 동양 유일의 갑문이 구축됐다. 인천항 축항(築港)사업은 이때 조성돼 올해 100년이 된다(10.27). 그리고 50여 년 전 1968년, 구제(區制)가 실시되면서 오늘날의 중구, 동구, 남구는 지금의 시세(市勢) 현황과 관계없이 그 흔적으로 남았다.

 역사에서의 ‘최초’라는 표현이 유독 많은 인천은 동서양 문물의 접경지이자 수용과 변화의 공간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현장이자 실험장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100여 년 전 인천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2018년 지금도 유효한 역사의 교훈으로 엄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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