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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예전에는 대학생 하면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을 지칭했다. 아직 후진국에서는 대학생이 되는 비율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의 5% 미만인 경우도 많을 정도로 쉽지 않은 미답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약 2년 후에는 10여만 명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줄면서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생이 많은 시대로 본격 접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각 대학에서는 신입생 모집에 모두를 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체제를 학생 모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대학 본래의 상아탑이라는 본질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대학의 핵심인 대학 교수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수는 되기도 어렵고 특히 정규 교수직을 따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대학교수의 역할이나 자부심도 많이 사라져서 지방대학의 경우 연말이면 학생 모집 임무를 띠고 도를 넘나들면서 영업사원 역할을 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 한 명당 수당 얼마 하면서 모집을 독려하기도 한다. 심지어 정규직 교수이면서 월급은 거의 없는 무늬만 교수인 대학도 종종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심지어 유학까지 가서 박사학위를 따고 와도 구하기도 어렵지만 교수직을 얻어도 영업사원이 되는 자괴감까지 갖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치적인 논리에 ‘반값 등록금’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수년간 등록금도 동결돼 월급 올리는 일은 남의 일이 됐을 정도다. 독일 등과 같이 대학에 다니지 않고 기술직을 다녀서 인정받는 마이스터가 돼 대학 졸업생보다 인정받는 시대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시 된다.

최근 대학교수의 위상은 거의 땅에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스승의 날은 캔 커피 하나 받을 수 없는 ‘김영란법’으로 우스운 꼴이 됐고 본래의 임무인 학생들 잘 가르치고 좋은 직장 보내는 일보다 쓸데없는 잡무가 많다던 초등학교 교사와 같은 입장이 됐다.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매달리느라 본래의 임무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부의 길들이기 정책에 모두 매달리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라는 형태를 대학에 도입하면서 완전히 망가진 대학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중앙정부가 일선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업무가 아닌 형식적이고 전시성 위주인 보고서 형태만을 만들기에 바쁘고 길게 보는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은 뒤로 밀린 듯해 가슴 아프기까지 하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걱정을 넘어 위기가 다가왔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가 됐다. 예전의 교원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좋은 제자를 키운다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월급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교육자로 전락한 듯해 더욱 가슴이 쓰리다. 최근의 대학은 웃음이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팽배되면서 진정한 결과보다는 형식적인 과정에 매달리고 있다.

필자가 정규 대학교원으로 근무한 지 25년이 넘었고 강사 경력 등을 고려하면 30년이 넘어 이제는 고참 교원이 벌써 되었으나 정작 좋아져야 할 교육 시스템은 망가지고 있어서 더욱 아쉬운 세월을 고민하곤 한다. 대학은 상아탑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해야 한다. 대학에서도 재정 지원 사업보다는 학생들 교육의 질과 좋은 직장, 자부심 느끼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역할에 매달리고 각 과정은 학과에 맡겨서 결과로 평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대학 교원으로서의 역할과 다양한 자동차 및 교통 관련 정부 정책 자문, 기업 자문,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방송이나 칼럼 활동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나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이 없는 단기적 성과만을 추구하는 정책으로는 우리의 미래 교육은 없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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