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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한국학술연구원 부원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전격적인 북한의 참가라고 하겠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북한 예술단의 공연, 북한 응원단의 방남 그리고 개막식 전후 남북 수뇌부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러한 북한의 참가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고 상반된 의견이 표명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여당과 야당 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단체 간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다소 부정적이고 심지어 남북한을 불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긍정적이거나 최소한 관망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적 상황 전개는 다시금 한반도의 통일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반도 분할은 우연인가 아니면 숙명적이며 영속할 것인가? 그게 아니면 평화적이든 적대적이든 통일은 이뤄질 것인가?

 먼저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뒤돌아보자. 사실 한반도는 통일의 역사보다 분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국시대, 통일신라 시대, 임진왜란 당시 조선분할론, 청일전쟁 전후 조선 분할 점령안, 러일전쟁 전후 한반도 분할론 그리고 1945년 5월 미·소 간 한반도 분할,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비극적인 남북한 분단의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1254년으로 프랑스 선교사 루브록이 ‘알 수 없는 땅’ 또는 ‘섬나라’로 보고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지도상에 명기됐다. 1583년에는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곤여만국지도’에 표시했고, 1737년 출간된 장밥티스트 부르귀뇽 당빌의 ‘신중국지도총량’과 ‘총선왕국전도’에 표시하면서 한반도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미국의 석학 폴 케네디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1998)」에서 한반도를 거대한 코끼리들 사이에 낀 작은 동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지리학자 팀 마샬은 「지리의 힘(2016)」에서 한반도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강대국의 경유지 역할을 함으로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대립의 희생물이 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로버트 D 카플란은 「지리의 복수(2017)」에서 한국이 분단국가로 남을지 통일국가가 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피하고 있다.

 한편, 주역 팔괘(周易 八卦) 방위론으로 볼 때 간방(艮方, 동북방)은 생식기 부위처럼 생명의 잉태와 출산이 이뤄지는 성스러운 터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풍수지리상으로는 일본과 미국이 좌청룡(左靑龍)을 이루고 중국과 러시아가 우백호(右白虎)를 이뤄 명당 한반도를 감싸주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지금도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은 한반도 통일보다는 분단이라는 수단을 통해 강대국 간 세력 균형을 도모하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해방 이후 70여 년간 분단은 정치사회 체제 및 민족성의 이질화 심화, 경제력 격차 확대, 분단의 영구화라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가 전쟁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지역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북한 김정은 집권 이후 계속적인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이에 대응한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본 아베 정권의 강력한 반발과 UN의 대북제재 조치로 인해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의 대북 예비타격론, 코리아 패싱론, 남북대화에 대한 미·일의 비우호적인 태도는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한 많은 분단의 역사 고리를 단절할 때가 왔다고 본다. 지정학적인 약점과 강대국들의 이기적인 분단 전략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 1990년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 통일방식이 롤모델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 남북한 간 강력한 평화통일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전략 그리고 4대 강대국에 버금가는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력의 강화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남한과 북한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에 작은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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